로스쿨도 ‘최상위권 갈아타기’

#. 지난해 서울 소재 A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시행 날짜에 맞춰 내부 평가시험을 치렀다. 로스쿨 재학생들이 다른 로스쿨 입학시험을 다시 봐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A대학 관계자는 “재학생 이탈을 막기 위한 방편을 마련해놓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서울권 로스쿨이라고 해도 채용에서 최상위권 로스쿨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로스쿨과 의대 사이에서도 ‘최상위권’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최상위권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연쇄 이동이 계속돼 각 학교에선 재학생의 시험 응시를 막기 위한 자구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지방 소재 로스쿨과 의대엔 지역인재 할당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로스쿨 연쇄 이동의 가장 큰 요인은 대형 로펌 채용 문제다. 올해 서울권 로스쿨에 입학한 최모(26)씨는 “시험을 함께 준비한 응시생 절반은 다른 로스쿨 재학생이었다”며 “로펌 취업이 학생 대다수가 선택하는 진로다보니 아무래도 최상위권이 아니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다른 로스쿨 재학생 김모(28)씨는 “‘올해는 서울대 로스쿨에서 반수생을 얼마나 받는다더라’하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재학생 일상”이라고 전했다. 지방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절반 정도는 로스쿨 반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실이 이렇다보니 연말마다 다른 로스쿨에 합격한 재학생이 있으면 ‘학점에 방해되니 얼른 나가라’라는 분위기가 횡행하다”고 했다.

일부 로스쿨은 재학생의 리트 시험 응시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교양수업을 신설한다든지, 내부시험을 별도로 마련한다든지 등의 방편으로 리트 시험을 치지 못하도록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며 “특정 학벌 선호로 학교나 학생들 모두가 불필요한 공력을 쏟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최상위권 선호는 올해 의대 입시에서도 계속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39개 의대에서 발생한 수시 미충족 인원 33명 중 지방 의대만 61%(24명)에 달했다. 수도권에선 고려대 8명, 한양대 1명이었다. 의대 재학 중에 수도권에 진학하려는 목적 등으로 중도 탈락하는 규모 역시 적지 않다. 2022년 전국 의대에서 중도탈락한 인원 179%명 중 77.7%(139명)가 비수도권 소재 27개 대학에서 발생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불수능으로 인한 최저학력기준 미충족보다는 최상위권 의대 선호 현상 영향이 강해진 결과라는 게 학원가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의대 선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의대간 중복 합격으로 인한 연쇄적 이동과정에서 수시 미충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의대 신입생 정원 확대 이후로도 이 같은 경향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기회의 문이 열린다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확대되기보단 정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 이런 경향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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