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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최근 핵심연령층(30~54세) 내 미혼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혼 남성은 일을 줄이고 미혼 여성의 근로 시간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혼인구 비중 증가에 따른 여성의 노동공급 증가보다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가 더 커지면서 전체 노동 공급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에 향후 미혼 인구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경우 우리나라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이 모두 줄어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BOK이슈노트-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 증가는 노동공급 총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3년 평균)은 미혼 대비 각각 13%포인트, 16%포인트 높고 실업률은 약 4%포인트 낮다. 또한 기혼 남성은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낮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길게 나타난다.
반면 여성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 증가는 노동공급 총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3년 평균)은 미혼 대비 각각 19%포인트, 16%포인트 낮다. 또한 기혼 여성은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높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미혼인구 비중 증가는 여성의 노동공급을 늘리고, 남성의 노동공급은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지난 10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여성의 노동공급보다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총 노동공급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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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혼 인구가 늘어날수록 전체 노동공급 감소도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만혼의 비혼화가 실현되는 경향까지 관찰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은 2013년 약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졌다.
특히 핵심연령층 내 미혼인구 비중이 2000년 7.4%에서 2020년 24.6%로 17.2%포인트 증가하면서 총인구의 미혼율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력수준별로 살펴보면, 저학력 남성의 미혼율이 고학력 남성에 비해 높은 반면 저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고학력 여성에 비해 낮다. 학력수준별 미혼비중 격차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된다. 한편 고학력 인구의 경우에는 성별 미혼율 격차는 크지 않으며, 이를 연령대별로 세분해 살펴보아도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율 간에 역(-)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현재 세대의 여성 노동공급과 미래의 노동공급 간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보고서가 이를 종합해 노동공급 장기추세를 추계해본 결과, 미혼인구 비중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 장기추세의 정점 시점이 당겨지고, 정점 수준은 낮아지며, 정점 이후 감소속도는 가팔라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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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미혼 근로자들은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전통적이고 경직적인 고용 형태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나 직종에서는 노동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혼율 증가가 출산율 감소, 가파른 고령화로 이어져 노동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혼인율을 높이는 것은 20~30년 후 미래의 노동공급 뿐만 아니라 현재시점의 안정적인 노동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미혼인구 증가세는 역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이므로, 인구 미혼화 대응 정책은 혼인율을 높여 노동공급 감소를 줄이는 완화정책(Mitigation Policy)과 함께 미혼인구의 특성에 맞게 근로환경을 개선해 미혼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적응정책(Adaptation Policy)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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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혼율 제고와 관련해 정 과장은 “혼인율과 출산율 제고 정책은 동일선상에서 함께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기혼 여성이 출산을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결혼의 기회비용을 높여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독신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유자녀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 경직성을 완화시켜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과장은 “기혼 여성들이 조금 더 유연하게 노동시장에 잔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노동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혼 인구 특성에 맞게 노동시장의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미혼 근로자는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이 높고 교육 투자 여력도 높아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노동의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노동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그러면서 “미혼 근로자들은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전통적이고 경직적인 고용 형태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나 직종에서는 노동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 “최근 원격·유연근로제 등 근무방식의 다양화,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문화,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 중시 등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요구되고 있는 새로운 근무방식 경향은 인구의 코호트적(세대별) 특성 외에도 인구의 미혼화에 따른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