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전쟁 시 책임져야” 레바논 공항 전광판에 비난 문구 걸려

해킹된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전광판 [타임스오브이스라엘, X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공항 전광판에 헤즈볼라 비난 메시지가 표출되는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출발 및 도착 관련 정보가 나오는 스크린이 해킹돼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표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메시지는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겨냥해 “만약 당신이 전쟁으로 레바논을 저주한다면 더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에 대한 책임과 대가는 당신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난데없이 등장한 메시지에 승객들은 스크린 주변에 모여 사진을 찍고 해당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갑작스러운 소동에 공항의 수하물 검사가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이날 메시지에는 레바논 강성 기독교 단체인 ‘신의 군사들(Soldiers of God)’과 ‘말한 자(The One Who Spoke)’의 로고가 함께 표시됐는데, AP는 ‘신의 군사들’은 지난 1년간 성소수자 반대 캠페인으로 현지에서 주목받았으나 ‘말한 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라고 전했다.

‘말한 자’는 SNS에 해킹된 스크린 사진을 공유하는 등 자신들이 이번 해킹의 배후임을 시사했으나, ‘신의 군사들’은 영상 성명을 통해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접경 지역에서 교전하며 하마스를 측면 지원해왔다. 특히 지난 2일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의 사망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는 전날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촉발한다면 “헤즈볼라는 제한 없는 전쟁에 준비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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