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금융시장 침체기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이뤄지는 세컨더리 거래가 투자 성과를 도출하면서 주요 연기금과 금융기관 등 출자자(LP)들의 투자 수요가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긍정적인 투자 경험을 쌓은 LP를 기반으로 PEF 출자가 확대되고 세컨더리 시장으로 온기가 퍼질 것이란 전망이다.
8일 글로벌 대체투자시장 리서치 전문기관 프레킨(Preqin)이 발간한 전략 특집 보고서 ‘사모주식 세컨더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세컨더리 펀드 내부수익률(IRR)은 전체 사모펀드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컨더리 전략은 비우량 자산을 처분하는 창구로 여겨졌으나 PEF 전문 운용사(GP)의 등장은 변곡점이 됐다. 전문 GP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면서 세컨더리 거래의 질적·양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에 설정된 세컨더리 펀드의 경우 IRR이 18.7%를 기록하며 전체 사모펀드 수익률 14.1%를 초과 달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성과는 시장 침체기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LP의 자금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최근 2년 동안 글로벌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라 투자와 회수 환경이 악화되면서 세컨더리 선호 현상도 강화됐다. 프레킨은 세컨더리 펀드의 총 운용자산(AUM) 입지가 시장 내에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전체 사모펀드 AUM에서 5%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프레킨은 LP들이 PEF에 자산 배분 비중을 확대하는 점에 주목한다. 경기 침체기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의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유지하는 PEF를 선호하는 LP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프레킨 집계에 따르면 PEF에 포트폴리오 목표치를 초과해서 배분하는 LP 비중은 지난해 5월 기준 40%를 넘고 있다.
LP들이 투자 자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컨더리 마켓을 찾을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2022년 캐나다 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이 바이아웃 펀드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컨더리 시장에서 20억달러(약 2조6300억원) 규모 투자자를 찾기도 했다.
세컨더리 펀드가 시장에서 증가하는 추세도 확인된다. 지난해 5월 기준 총 115개 세컨더리 펀드가 총 1198억달러를 목표로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 작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222억달러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클로징하는 등 지난해 1분기에만 총 325억달러를 모집했다.
국내에서 세컨더리 거래는 PEF 운용사의 프로젝트 펀드나 블라인드 펀드 재원이 활용되는 추세다. 작년에 MBK파트너스의 메디트와 넥스플렉스 바이아웃, 블랙록의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인수,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 등이 대표적인 세컨더리 딜로 꼽힌다. 4건의 거래 금액은 단순 합산할 경우 7조원 수준이다.
프레킨 집계상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에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은 작년 3월 기준 총 1402억달러다. 잠재적인 매물을 고려하면 새로운 GP와 LP의 신규 자금이 세컨더리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가 높아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눈높이 조정이 이뤄져야 세컨더리 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우량 자산이라고 판단하면 1~2년 정도 더 보유해도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