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태영건설 임금체불 규모 실태파악 나섰다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 건설현장의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태파악에 나섰다. 태영건설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한도를 넘어서면서 사업장 일부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국의 태영건설 건설현장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체불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9일 고용부에 따르면 노동당국은 태영건설 임금체불 규모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근로감독기획과 관계자는 “건설업의 특성상 일한 지 두세 달이 지나서 임금이 지급되는 건설 현장 관행이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당장 12월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국이 태영건설 임금체불 규모 실태파악에 나선 것은 태영건설 외담대가 한도를 초과하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노무비 지급이 사실상 막힌 탓이다.

태영건설 관련 외담대 발행 한도는 채권단 집계 기준 하나은행 1000억원, 신한은행 870억원, 우리은행 660억원으로 총 2530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한도 초과로 해당 대출은 이미 막혔다. 태영건설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은행에 가서 돈을 찾으려 하니 외담대 한도가 차 인출할 수 없다고 안내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태영건설 현장에선 작년 11월 노무비가 지급되지 않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건설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노동자 임금이 2억원 이상 체불됐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체불이 확인된 현장은 용답동 청년주택 건설현장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현장, 목동 청년주택 건설현장 등이다. 용답동에선 근로자 50명의 작년 11월 임금 2억원 가량이, 상봉동에선 21명의 11월 임금 6000만원 가량이 체불됐다. 목동은 구체적인 체불임금과 인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건설노조의 집단행동 조짐이 보이자 용답동 청년주택 협력업체는 지난해 12월 31일에 지급키로 한 11월 임금을 기자회견을 앞둔 전날 오전 11시에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금부터 태영건설 협력업체 임금체불이 다발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 경강선 광주역 인근 아파트 현장 등 경기권에서도 노무비가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에서 태영건설이 수주한 공공기관 사업도 4개로 도급액이 총 1424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태영건설이 협력업체와 체결한 하도급 계약 1096건 중 1057건(96%)은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다는 점이다. 원도급사 부실로 협력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하면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정부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30%이상)가 높은 하도급사엔 금융기관 채무를 일정 기간(1년) 상환유예해주거나 금리감면 등을 지원한다. 단, 이들 협력업체들이 근로자 임금부터 지급할 지 여부는 노동당국의 감독에 달렸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새해 첫 민생행보로 임금체불 근절을 내세웠다. 김유진 근로기준정책관은 “실태파악이 우선”이라며 “향후 대지급금(정부가 회사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일단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제도) 지급과 저금리 대출로 체불 근로자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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