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실을 인사차 방문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안대용 기자]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웅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비윤(비윤석열)계 축출 우려가 나오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 출마에 나서면서 ‘자객 공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 중에서도 ‘핵심’을 제외하고 물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 출신 인사들이 속속 총선 출마 채비를 마치면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9일 “결국 친윤계 중 친윤계만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계파 영향이 없는 공천은 없었다”며 “친이계 공천 학살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친윤 차례”라고 했다.
실제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낸 ‘친윤계 용퇴론’은 최근 사그라든 모양새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험지’인 구리 출마를 고려했지만 최근 본인 지역구 출마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관계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것이 지도부가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용산과 더 가까워진 것을 의미한다”며 “친윤 핵심들은 본인 지역구를 사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지역도 친윤계를 중심으로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부산 수영구,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부산 해운대갑에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인요한 혁신위 당시엔 해운대갑을 ‘청년 전략 지역구’로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친윤계 교통정리 대상이 됐다.
비윤계는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내에서 비윤계로 불렸던 유승민계는 3.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세가 급격히 약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경선 방법을 문제삼으며 전당대회에 불출마했고 친윤계 주도로 ‘김기현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유의동, 신원식, 강대식, 김웅, 유경준 의원 등이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당내 소장파였던 허은아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천하람 전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탈당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친명 인사들이 속속 출마 채비에 나서면서 ‘공천 학살’ 우려가 커졌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을 현역 의원은 당내 대표적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이다.
현 이재명 대표 지도부 체제에서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아 친명계로 꼽히는 정 전 의원이 박 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7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곳은 비명계 전해철 의원이 19대부터 3선을 한 지역구다.
양 전 위원은 지난해 전 의원을 향해 '수박'이란 표현을 썼다가 당직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에서 비롯된 '수박'이란 표현은, 주로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사용된다.
당 내에선 공개적으로 당 혁신을 주장하면서 이 대표 사퇴 등을 요구해온 ‘원칙과상식’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지역구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현 지역구엔 이미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