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시다 각하 지진 위로’는 ‘통일봉남’ 전술…한일 공동대응 필요”

[연합,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진 재해를 당한 일본을 위로한다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보낸 위문 전문은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과 직접 대화에 나서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서보혁 연구위원은 8일 ‘김정은의 일본 지진 위로 서한의 배경과 함의’라는 글에서 김 위원장의 서한이 “‘통일봉남(通日封南)’ 전술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 훈련과 서한 공개가 같은 시점에 이뤄진 점을 분석의 근거로 들었다.

통일봉남은 북핵 대화 등의 국면에서 ‘미국과 소통하며 직접 거래하고 남측과의 대화는 봉한다’는 의미의 북한 전술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미국을 일본으로 바꾼 조어다.

일본에는 위로를 보내 소통을 추진하고, 한국을 상대로는 무기를 꺼내든 모양새를 통일봉남 전술로 요약한 것이다.

서 위원은 지난해 일본과 북한이 비공개 접촉을 했던 점을 제시하며 “김정은이 기시다를 지목해 지진 피해 위로 서한을 보낸 것은 인도적 문제로 대화나 접촉을 진행할 북한 측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측이 서한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서 각국 정상 등의 메시지에 대한 회신은 현시점에서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은 추후 피해 복구 등이 이뤄지면 일본 총리가 적당한 형태의 답신을 북한에 보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서 위원은 “북한이 인도적 문제를 명분으로 한미일 대북 제재의 틀을 약화하고 남한을 고립시키려는 접근에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며 1990년대에는 일본이 대북 접촉 과정에서 한국과 조율이 부족해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도적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의 대화 여부와 그 대응 방식이 한일 간 우선 대책 과제”라며 “한국은 일본과 공동 대응책을 협의하는 한편 남북 간 인도적 대화를 위한 사전 대비도 강구해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5일 자 전문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로 호칭하면서 최근 발생한 지진 관련 피해에 대한 위문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이 일본 총리에게 전문을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개로 북한은 지난 5∼7일 사흘간 서해상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을 동원해 해상 사격에 나서면서 한국을 향해선 긴장 국면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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