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WSJ은 6일(현지시간)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약 9000자 분량의 기사를 실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정수 부회장이 있다. 2010년 봄 김 부회장은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목격한 것은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모습이었다.
김 부회장은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톤)을 투입했다.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 |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했고, 크로거의 판매대에도 곧 올라갈 예정이다.
불닭볶음면은 라면계의 터줏대감 격인 ‘마루짱’ 또는 ‘닛신’보다 한층 모험적인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일반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404로, 타바스코소스보다 두 배 맵다.
삼양 측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지점에서 판매 테스트를 거친 뒤 올해 미 전역에서 파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퍼블,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샌즈 책임자는 또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작년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의 주가는 70% 뛰었다. WSJ은 불닭볶음면 흥행과 더불어 한국의 라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22년 대비 24% 증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