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선심 공약에 정부부채 증가…채권시장 역풍 [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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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올해는 지구촌 40억명이 투표에 나서면서 ‘선거의 해’로 불린다. 각국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며 정부의 공공부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정부 부채가 늘면 채권발행이 증가해 금리가 오르는 등 채권시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영국의 올해 정부부채가 코로나 팬데믹 초기 때를 제외하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라고 8일(현지시간)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8.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채권 발행이 쇄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의 짐 시엘린스키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재정적자는 통제할 수 없으며 적자를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는 현실”이라며 “이 문제는 앞으로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시장에 심각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올해 약 4조달러 규모의 20~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3조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RBC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입과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부채를 반영한 미국의 국채 순발행액은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에 1조6000억달러에 달하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은행은 2024~2025년 국채 순발행액이 팬데믹 기간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총선이 예정된 영국도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높은 국채 발행을 향해 가고 있다. 영란은행의 국채 순발행액은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약 3배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공공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녹색 번영 계획’을 위해 연간 280억파운드를 차입하겠다는 공약을 축소하기도 했다.

유로존의 경우 올해 대형 국가 중 10개국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1조2000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영국 은행 냇웨스트는 추산했다. 하지만 순발행액은 6400억유로로 지난해보다 18% 가량 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은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억제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잔 프랭클린템플턴 유럽 채권 책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두 명의 명백한 선두 주자를 감안할 때 선거가 끝나도 많은 것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들은 계속 높은 수준에서 지출할 것”이라며 “그것은 결국 미국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향후 4년간 6.5~8% 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 4% 미만보다 큰 폭 늘어난 수준이다. 이자 비용은 2022년 GDP의 3% 미만에서 2028년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IIF는 “다가오는 선거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정부 차입 증가와 재정 억제 완화가 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 급증은 이미 높은 수준인 국채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이 보통 금리의 미래 경로에 초점을 맞추는데, 정부의 차입 규모 확대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버트 팁 PGIM채권투자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우리는 과거 수세기와 비교할 때 정부부채에 매여 있지 않은 환경에 있다”면서 “지금은 미국이든 이탈리아든 모든 국채가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들이 이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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