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경상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 주최로 우주항공청 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국판 ‘나사(NASA·항공우주국)’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설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9개월 만인 8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가 처리를 합의한 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우주항공청은 올해 5~6월께 경남 사천에 설립된다.
국회는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우주항공청설립운영특별법(우주항공청법) 제정안과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우주항공청을 중앙행정기관으로 명시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4개월이 지난 날부터 법안이 시행된다.
제정안은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으로 설치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쟁점이었던 연구·개발(R&D) 기능은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이 모두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여야는 막판까지 우주항공청의 ‘직접 R&D’ 기능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은 항우연이 할 수 없는 광범위한 연구를 우주항공청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항우연과 업무 중복으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여야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산하에 두기로 하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항우연은 기존 연구를 그대로 하게 됐고, 항우연을 산하 기관으로 둔 우주항공청도 자연스럽게 R&D를 수행하게 됐다고 여야는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대전에 있는 항우연과 천문연 본원을 이전하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했다.
여당은 항우연 이전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수용해 해당 조항을 법제화하는 데 동의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항우연과 천문연이 있는 대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서 두 기관 기능 축소 및 이전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가 컸다는 분석이 있다.
이밖에 제정안은 국가공무원법과 별개로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 보수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한 특례 조항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기능 강화 내용 등도 담았다.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우주항공청특별법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연합] |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은 국가우주위원장을 현행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등 국가우주위원회를 개편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주항공청법 제정안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난해 4월 이후 여야 간 첨예한 입장 차로 9개월간 상임위에 계류됐고, 조속한 통과를 위해 과방위 내 안건조정위원회까지 구성하고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야당이 발목 잡고 있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며 심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국가 우주 경쟁력 확보와 우주산업 강화를 위해 우주항공청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산업계·학계, 경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오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앞서 최재호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지역 경제계를 대표해 “우주항공청 설립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우주산업 백년대계의 시작이자 국가균형발전 실천이라는 대승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