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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은행이 신청한 담보물 경매 건수가 급증했다.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부동산·건설업종 관련 대출에 대해 은행들이 만기 연장을 중단하면서 이른바 ‘한계매물’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임의·강제로 신청한 경매 건수는 7716건으로, 2022년 말(5214건)보다 2502건 늘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말 경매 건수는 6903건 수준이었다. 2022년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당국 주도로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정책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경매 건수가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금리 동결 기조가 시작되고, 은행권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대출자들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 등을 은행에 내어주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매가 증가한 것”이라며 “은행권 뿐 아니라 2금융권에서도 경매 진행을 위해 법원에 가는 직원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5대 은행 중 한 은행에서만 한 해 동안 경매 신청 건수가 1000건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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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은행권 대출이 건설·부동산 업종을 위주로 증가한 만큼 최근 연체율이 뛰면서 매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대출규제에 거래가 얼어붙은 시점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한다.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 입장에선 경매 후 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가격이 더 내려가면 후순위 채권자인 2금융권은 부실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나선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3.3으로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중 가장 높았다. 한은이 조사한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1.75% 수준으로, 전년 동기(0.72%) 대비 2.4배나 늘었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의 지난달 낙찰가율은 77.17%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80%대에서 70%대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업성을 이유로 만기 연장을 해줄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만기연장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선순위 대주단 입장에선 중·후순위 대주단과 영업적 관계, 당장의 수익기반 상실 등을 고려해 아직까지는 큰 이탈 없이 만기연장에 동의해왔지만, 앞으로 사업성 회복이 불투명한 사업장에 대해 시간과 비용을 추가투입하며 끌고 가는 것이 대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 매매가 줄어들고 미분양도 늘어나는 등 현 구조 상에서 시간을 더 투입하더라도 사업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순위 대주단 입장에선 오히려 미회수분에 대해 충당금 적립·상각 처리하고, 후순위 대주 및 지분 투자자의 비중을 정리해 사업수지를 다시 짜고 신규 거래를 진행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고금리에 따른 한계매물이 올해부터 본격화로 쏟아질 것”이라며 “시장이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타격은 없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충격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163조4000억원으로, 이중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