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석희·박지영(부산) 기자] 경찰이 10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경찰 발표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피의자 김모씨의 범행동기를 설명하는 데 핵심이 될 변명문의 공개 여부다. 또 생활고를 겪던 김씨가 범행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일반인으로선 쉽지 않은 이 대표의 동선 파악에 도움을 준 제3의 공범 존재 여부도 밝혀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모(67)씨에 대한 9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김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며 이후 검찰은 김씨를 기소할 전망이다. 김씨는 자신의 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의 범행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범행 동기를 추정할 핵심인 ‘변명문’을 어느 수준에서 공개할 지다. 김씨는 평소 보수색의 정치 성향을 보여 왔으며, 극우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시청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 살해 이유로 김씨는 ‘역사적 소명’이라는 단어를 변명문에 사용했으며, 진보적 단체에 대해선 ‘붉은 무리’라고 지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일단 김씨의 변명문 전체는 공개치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압수물은 비공개가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범행 동기를 설명키 위해선 일부 문장을 인용하거나, 변명문에 담긴 단어 등을 공개하면서 범행 동기를 설명할 개연성은 열려 있다. 김씨의 변명문 비공개 결정에 최근 발생한 배우 이선균씨의 사망 사고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범행 자금을 규명하는 것 역시 경찰이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김씨는 지난해만 모두 7개월여 동안 임대료를 내지 못할만큼 경제 사정이 나빴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가 생활고를 겪었다는 사실은 충남 아산의 인근 부동산 동료 업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때문에 줄잡아 수백만원에 이르는 범행 준비 자금을 김씨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경찰이 설명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 대표의 구체적인 동선을 김씨가 어떻게 사전에 파악했느냐도 경찰 설명이 필요하다. 통상 정당 대표의 대략적인 일정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만, 세부적인 일정 (가덕도 방문) 등은 출입 기자들 및 정당 관계자들 정도만 안다. 김씨는 확인된 것만 모두 6차례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따라다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민주당 당원 가입이 이 대표의 동선 파악을 위해서라는 추정도 있었으나, 보다 구체적인 동선 파악을 위해선 제3의 조력자의 존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씨의 당적에 대해서는 일단 경찰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지난 8일 부산청 브리핑에서는 당적 공개 여부에 대해 ‘검찰과 협의 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후 ‘비공개’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지난 8일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당적 부분이라든지 피의자의 변명문은 핵심이다. 두 가지를 포함해 본인 행적 조사, 압수물 분석, 피의자 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김씨의 얼굴, 나이, 이름 등 신상정보 역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신상공개 판단의 근거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 ▷유사범행 예방효과 ▷공공의 이익이 큰 경우 등으로 구성되는데 경찰은 이번 사항에 대해선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비공개 결정 이유’에 대해서도 경찰은 ‘비공개’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신상정보공개 회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되는데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4월 민주당 가입과 함께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는 새해 첫 평일인 지난 2일 가덕도를 방문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러 내경정맥 60%가 끊어지는 중상을 이 대표에게 입혀,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첫 경찰조사에서 단독범행을 주장하고 있고, 자신의 소신에 따른 행동이라면서 반성은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