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드니프로의 러시아 미사일 공격 현장에서 잔해 속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드니프로 당국/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폭탄이 날아오면 제트기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지옥 문이 열리는 듯하다."
야심차게 '대반격'을 준비했던 최전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본격화한 반격 앞에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1000km에 이르는 광활한 전선 대부분 지역에서 '방어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아직도 공세를 유지하고 있는 전선은 드니프로강 주변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헤르손 남부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NYT 취재진과 만난 우크라이나군 제117 독립 기계화 여단 병사들은 "사기는 괜찮지만 육체적으로는 기진맥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대반격 뒤 우크라이나가 얻은 성과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 지역을 사수하는 부대들은 거의 매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 소속의 한 소대장은 "마치 탁구를 하는 것 같다"며 "100~200m 정도 땅을 빼앗기고 탈환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갈수록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 활강유도폭탄이 우크라이나군 지하 벙커를 위협하는 일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14 체르보나 칼리나 국가근위대 여단의 27살 병사 '키트'는 "그들(러시아군)은 두 발, 두 발, 두 발씩 한 시간에 대략 8발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이어지는 소형 무인기(드론) 습격도 우크라이나군을 괴롭히고 있다. 상업용 저가 드론을 개조한 이 무기는 각종 폭발물을 싣고서 자동차만큼 빠르게 날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르바르'라는 호출명을 쓰는 한 국가근위대 병사는 "차로 이동하는 건 극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자신이 소속된 부대는 지난해 9월부터 장갑차를 놓아두고 진지까지 10km씩 걷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도 자폭 드론 등으로 반격하고 있지만 전자교란 등에 막혀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최전방에서 드론으로 러시아군을 타격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여러 드론 중 하나만 목표물을 타격하며 다수는 간섭 등으로 손실된다'고 밝혔다고 NYT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러시아는 전날 키이우와 동남부 하르키우 등지에 미사일 99대를 퍼부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연합] |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대공 무기까지 부족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최근 TV 방송에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발생한 3번의 공격에 (무기)비축량 상당부분을 사용했다"며 "대공 유도 미사일이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2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개전 후 역대 최대 규모의 폭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에도 러시아군의 공습에 대응해 순항미사일 18기, 샤헤드 무인기(드론) 8대 등을 격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