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매출액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2월 공식 출범한 이후 3년 만에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배터리 혹한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각각 31.8%, 78.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이후 매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출범 첫 해 실적인 2021년 매출액은 17조8519억원, 영업이익은 7685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5조5986억원, 1조2137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 매출액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기간 매출액 8조4593억원, 영업이익 5877억원 정도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나온 4분기 영업이익 성적표는 3382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 2501억원을 제외할 경우 881억원으로 쪼그라든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 셀에 kWh당 35달러, 모듈에 kWh당 10달러를 주는 제도다. AMPC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1.1% 수준이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건설한 합작 1공장이 가동 안정기에 들어서며 AMPC 혜택이 커졌지만, 이를 제외한 실질적인 수익은 크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추이.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북미 시장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판매가 더뎌지자 생산 물량 조정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완성차 업체들의 보수적인 재고 운영에 일부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며 고정비가 증가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수익성 개선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하락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이같은 수요 악화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조4000억원, 3047억원으로 예상했다. AMPC를 제외한 예상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GM·포드·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과 중장기 전동화 전환 목표를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미국 IRA법 외국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 발표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이 지난해 43종에서 올해 19종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수요 위축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인 GM이 보조금 혜택이 제외된 자사 차량에 대해 세액공제와 동일한 규모(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 등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하반기 유럽 등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축소되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독일은 내년부터 4만5000유로(약 6500만원) 이하, 프랑스는 4만7000유로 이하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저가 전기차를 많이 투입하면, 전기차 대중화가 보다 앞당겨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올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신공장 건설, 수주 확대 등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수익성 및 원가 경쟁력 확보에 보다 힘쓴다.
지난해 12월 취임해 새롭게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게 된 김동명 사장 역시 올해 사업 목표로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을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새해에 고가와 중저가 제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목표다.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Hihg-Ni)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부터 미드 니켈(Mid-Ni) NCM,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한다. 또한 올해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GM 합작 2공장, 인도네시아 현대차 합작공장 등을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