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100주년…김종생 총무 “엘리트주의 버리고 소금같은 존재돼야”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10일 서울 종로 소재 음식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설립 100주년을 맞아 ‘88선언’에 버금가는 ‘사회선언’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00년 교회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한국 교회 100대 인물과 100대 방문지를 선정한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10일 서울 종로 소재 음식점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NCCK 내에 사회를 선도해야 한다는 소위 ‘엘리트 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탑다운 방식의 엘리트 주의를 버리고 아래로부터 의견 수렴을 해 올 하반기께 88선언에 버금가는 ‘사회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NCCK는 내달 26~27일 양일 간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사회선언을 위한 첫 단추를 꿸 예정이다. 김 총무는 사회선언과 관련 “1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다양한 생각을 녹여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NCCK는 또 상반기 중에 기독교의 지난 100년을 돌아볼 수 있는 한국 교회 100대 방문지와 100대 인물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총무는 “기독교와 사회 운동의 접점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물) 선정을 진행 중인데,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야 하고 종단간 이견도 있어 사실 쉽지는 않다”며 “오히려 100대 방문지는 쉽게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NCCK는 또 한반도의 평화를 국제 아젠다로 내세워 세계교회협의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 총무는 “40년 전에 일본 도잔소에서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를 매개로 북한의 관계자들과 미팅을 시작했던 그 과정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김 총무가 언급한 40년 전 미팅은 1984년 10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의 일본 YMCA 시설에서 열린 이른바 ‘도잔소(東山) 회의’를 말한다. 도잔소 회의를 계기로 당시 한국 교회 인사들은 북한 단체인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남북 관계도 교회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며 “원래 문은 벽에다 내는 것이니 벽과 같은 남북 관계에 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NCCK는 또 협의회의 해외 파트너 100여 명을 초청, 오는 9월 국제 컨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회통합과 기후위기, 비정규직 노동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김 총무는 기독교 내부 분열을 초래했던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선 “동성애자 배제나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 또는 그들이 받는 어떤 차별을 주의한다”며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자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애 자체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교계 내 진보 진영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보호법이며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라면서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홍정 전 총무 시절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며 NCCK와 NCCK의 협력 단체인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탈퇴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 총무는 “흔히들 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성경을 보면 빛보다 소금이 먼저 나온다”며 “종교는 사람들을 계도하려는 빛과 같은 존재보단 나를 녹여(희생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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