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 회의에 입장하며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
11일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0명이 넘는 용산 참모진들이 대거 총선행 열차에 탔다. 대통령실 출신들의 ‘양지행’을 둘러싼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국회 입성 여부가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대 총선의 공직자 사퇴 시한인 이날까지 대통령실 참모들과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줄사퇴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참모진 출신 30여명과 장·차관을 포함한 내각 출신 20여 명 등이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난해 6월 이동석 전 행정관이 1호로 총선 출사표를 던진 뒤 나머지 주자들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기자출신으로 대선캠프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사표를 냈다. 같은 달 말 퇴임인사를 한 윤석열 1기 수석급 참모진들도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도 각각 분당과 충남 홍성·예산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안상훈 전 사회수석도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이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혔던 강명구·주진우·이원모 등 비서관 출신 3인도 총선을 준비 중이다.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은 지난달 26일 사직한뒤 경북 구미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부로 대통령실을 떠난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의 경우 각각 부산과 서울이 출마 예상지로 꼽힌다.
윤 대통령 참모들의 출마 예정지를 놓고 여권 일부에서는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승리를 위한 헌신’을 강조하며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 조건으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내세웠다. 당내에선 대통령실 출신들이 여당 강세지역만 좇는다면, 한 위원장의 혁신 노력이 퇴색하고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양지’ ‘험지’ 등 이분법으로 나눠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또한 그동안 총선 출마는 독려하되, ‘경선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전했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야당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참모진들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천 연수을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부대변인이 눈에 띈다. 이밖에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서울 중랑을),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경기구리), 신재경 전 선임행정관(인천 남동을), 김성용 전 행정관(서울 송파병) 등도 험지 출마자로 분류된다.
장관급 중에서는 성남 분당을에서 서울 영등포을로 선회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경기 수원병에 뛰어든 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험지행을 결정한 인물들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통령실 출신 한 예비후보는 “중앙정부와 대통령실과의 면밀한 네트워킹이 중요하데, 그 길목에 있는 정책방향이나 국정기조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실 출신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총선용 차출이 마무리되면서 조직개편도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전일 윤 대통령은 공석 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유철환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신설되는 국가안보실 제3차장에는 왕윤종 현 경제안보비서관을 내정했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