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한다…총리 “입양도 허용할 것”

지난 8일(현지시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일바 요한손 유럽연합(EU) 내무장관의 방문에서 이주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그리스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한다. 인구의 80∼90%가 보수적인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 이 국가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해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영 방송 ERT와 인터뷰에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우리가 입법화할 것은 결혼 평등이며, 이는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각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성숙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동성 커플의 아동 입양은 허용하되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현지 언론매체에선 이 법안이 6월 유럽의회 선거 이전에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보수적인 지도자라는 그간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금기’에 도전했다고 분석했다. AFP 통신은 그리스 사회와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리스 정교회의 반대가 주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적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는 2015년 12월 그리스 의회에서 동성 결합 법안이 통과될 때도 가족 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중 35%가 동성 결혼 허용에 찬성한 반면, 49%가 반대했고, 16%는 응답을 거부했다. 반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동성 커플의 아동 입양이나 대리모 입양에도 반대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체 300석 가운데 158석을 보유한 ND에서 100명 미만이 이 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민과 소속 정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시리자)은 이 법안에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시리자 대표인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는 그리스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정당 대표로 그는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갖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이들 국가는 동성 커플도 아동을 직접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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