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심상찮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사흘 연속 포사격 무력시위를 펼치는가 하면 최고지도부가 연일 전면에 나서서 ‘핵폭탄급’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의 4월 총선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정세 등으로 인한 국제정세 불안 속 미국의 11월 대선을 전후해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늑대가 온다’는 식의 저강도 도발을 되풀이하다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심각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발언들이 위험천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측의 위협이라는 전제가 깔리긴 했으나 ‘대한민국 초토화’라는 표현 자체를 간과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또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주적’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데서 군사적 위협 강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 부부장도 군대의 방아쇠 안전장치가 이미 해제된 상태라며 사소한 ‘도발’에도 ‘즉시 불세례’를 가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북한의 위협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5~7일 서북도서 일대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으로 각각 200여발, 60여발, 90여발의 포사격을 감행했다. 연초부터 사흘 연속 350여발의 포사격을 실시하며 도발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첫날 발사한 일부 포탄은 NLL 북쪽 7㎞까지 근접했다고 하니 단순 위협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 부부장이 지난 6일 감행한 포사격에 대해 한국군의 탐지능력을 떠보기 위한 ‘기만작전’이었다며 자신들이 던진 미끼를 한국군이 덥석 받아 물고 속았다고 주장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 군 당국이 다양한 탐지자산을 통해 북한의 포사격을 포착한 상황에서 김 부부장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 군부가 모종의 목적을 갖고 북한 최고지도부에게 거짓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다분히 남남갈등을 의도한 ‘기만작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동시에 중도층의 안보불안 심리를 흔들기 위한 ‘남남갈등’ 유발 의도라는 해석이다. 우리 군 당국도 김 부부장의 주장에 대해 코미디 같은 저급한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과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앞두고 기만작전을 펼치곤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단 군 당국을 비롯한 정부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만반의 대비태세와 함께 위기관리능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남남갈등’ 유발 의도가 분명한 만큼 우리 국민이 똘똘 뭉쳐 단결된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