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 선거 후 고위급 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한다. 대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민주당 출신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공화당 출신의 스티븐 해들리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초당적 대만 방문 사절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압박에 맞서 미국의 지지를 대만에 전하기 위해 2022년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과 미셸 플러노이 전 미 국방부 차관을 대만에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총통 선거 직후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집권 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와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가 경쟁한다. 중국은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FT는 이번 사절단이 미국과 중국이 1979년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상호 관계를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 파견되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하며 미중 관계의 난기류를 완화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다.
한 전직 미국 관리는 총통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만에 고위급 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위험한 것으로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리는 “이런 민감한 시점에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의 목표는 중국과 대만 모두에 자제를 권장하는 것”이라며 “이런 고위급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힘찬 포옹(a bearhug)’으로 비칠 수 있으며 중국의 과잉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좀 더 교묘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절단 파견에 정통한 또 다른 인사는 중국과 대만 모두 자신들의 의제를 다른 방식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미국의 사절단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절단 파견은 나쁜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중국은 이번 사절단에 대해 미국이 내놓는 어떠한 비공개적인 약속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이 철저히 불신하는 라이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의 의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대만 정치인들은 미국의 사절단 파견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할 것이며 이는 양안의 긴장을 악화시킬 것으로 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GMF)의 양안 관계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대만의 민주주의와 새 총통에게 미국의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며 초당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유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총통 선거 직후 미국이 대만에 사절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대만은 중국의 양도불가능한 일부”라며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라도 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 측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과의 공식 접촉을 더 이상 하지 말고, ‘대만 독립’ 추진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을 피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도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