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으로 또다시 묶었다.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은 8번째 동결이다.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와 더딘 경제성장이 금리 인하 명분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과 가계빚 그리고 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 정책 방향을 틀지 않은 것을 고려해 동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6면
한은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조정없이 유지했다. 8회 연속 동결에 나섰지만 이전에 보였던 ‘매파적 동결’에선 완화된 모습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강도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는 데다가, 국내 시장 상황이 금리 수준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위험이 부각되고 있고,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금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실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한은은 일단 다시 금리를 묶고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 관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3%대로 내려왔으나 8월 3.4%를 기록한 후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인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도 최근 공개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추가 금리 인상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중론을 폈다. 한은도 미국의 통화정책 움직임을 보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시장에선 한은이 하반기께 통화 정책 방향을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3분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