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오른쪽)과 서진석 통합 셀트리온 대표가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헤럴드경제(샌프란시스코)=고재우 기자]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100조원 이상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목표 규모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셀트리온 지주사인 셀트리온 홀딩스를 이르면 올해 말 상장시켜 투자사로 역할을 확대, 대규모 헬스케어 펀드를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망한 기업 지분 투자나 경영권 확보는 공격적으로 추진하되, 기업 인수&합병(M&A)은 안 할 것이라고도 선을 그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선 서 회장과 그의 장남인 서진석 통합 셀트리온 대표가 함께 세계 투자자를 상대로 한 무대에 올라 이목이 집중됐다. 서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오른 것으로, 서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등을 셀트리온의 주요 미래 경쟁력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질의응답을 마치고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지주회사 상장 이후 헬스케어 펀드 100조 이상 조성=서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MHC에서 “셀트리온 그룹 지주회사 지분 98.5%를 가지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연말, 내년 초에 상장해 100조원 이상 헬스케어 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헬스케어 펀드 조성을 수차례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5%의 일부를 상장시켜 약 5조원 재원을 마련한 후, 이를 통해 지주회사가 ‘투자사’ 역할을 하면 투자자들이 참여해 100조원 이상이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콘퍼런스에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와 있을 것”이라며 “저희가 앵커 기업(특정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도 서 회장은 스위스에서 온 피부 재생 스타트업 대표인 다니엘라 마리노 등 투자 유치에 나선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언제든 한국을 방문해달라. 미팅하자”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질의응답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서진석 통합 셀트리온 대표. [셀트리온 제공] |
▶“투자는 항상 고려하지만 M&A는 안 한다”=서 회장은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M&A와 관련, “투자는 항상하겠지만 M&A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망 기업의 지분 투자 등은 지속적으로 고려하겠지만,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건 오히려 비효율적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재산은 바로 일하는 사람”이라며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회사를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JPMHC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ADC와 관련해서도, “여기(JPMHC)서 보니 ADC 기업을 사오는 게 유행인데, 기업은 기업의 전문성을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ADC 외에 바이오시밀러도 셀트리온의 주요한 미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너도나도 ADC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현재 바이오 의약품 쓰는 건 70억 인구 중 10억명 밖에 없다. 60억명은 가격이 비싸서 약을 못 쓴다”며 “바이오시밀러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환영한다. 우리 모두 경쟁해서 가격을 내리자”고 힘줘 말했다.
서진석 통합 셀트리온 대표가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서진석 대표, 셀트리온 미래 경쟁력 설파=지난해 12월 28일 통합 셀트리온 대표 자리에 올랐던 서 대표도 이날 서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모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셀트리온의 미래 비전과 목표 등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바이시밀러 전문 기업으로서 탄탄한 포트폴리오 ▷고형암, 혈액암, 면역 체크포인트 등 신약 개발 ▷디지털치료제 및 여러 헬스케어 관련 온라인 서비스 등 공동 개발 및 투자 참여 등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셀트리온은 신약의 경우 질환별·모달리티(치료접근법)별 주요 트렌드에 기반해 개발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2022년 기준 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29%를 달성했는데, 22개 제품이 출시된다면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30%)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ADC 산업과 관련해서도 “고형암의 경우 ADC 프로젝트를 가장 우선시 해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공개된 포괄적인 적응증으로 셀트리온의 개발 전략을 유추할 수 있을텐데, 내년에 동물실험 결과가 나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서 회장도 서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서 회장은 “투자자, 환자,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에 최선을 다 하겠다”이라며 “제가 활동을 못 하게 되면 큰아들이 같은 생각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