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채용된 KBS 아나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국 소속 프리랜서 직종에게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아나운서 A씨가 KBS를 상대로 “근로자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A씨가 KBS로부터 업무 배제를 당하고, 법적 다툼을 시작한 지 4년 2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A씨는 2015년 10월, KBS 지방 방송국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했다. 그러다 2018년 12월부터 ‘프리랜서 진행자용’ 계약을 맺었다. A씨는 회당 출연료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저녁 9시 TV뉴스를 매일 진행했고, 라디오에도 출연했다. 계약 기간은 ‘인력 충원 또는 프로그램 개편시까지’로 했다.
양측의 갈등은 2019년 7월 KBS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시작했다. KBS는 신규 인력이 충원됐다는 사유로 A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결국 A씨는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KBS가 A씨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는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다.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근무년수 2년을 초과해 정규직에 해당한다. 기간제법상 2년 넘게 근로한 계약직은 정규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1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13민사부(부장 안병욱)은 2020년 11월, 이 같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따로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방송 시간에 맞춰 방송을 진행하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엔 자유롭게 방송국을 이탈해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급이나 고정급도 정해져 있지 않았고, 외부 협찬·강연 등도 자유롭게 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반대로 2심은 A씨 승소로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민사부(부장 전지원)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KBS가 방송편성표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KBS의 여러 지역 방송국을 오가며 근무하고, 주말 당직 근무도 소화한 점을 고려했다.
이어 “K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외에 별도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점, 출퇴근 시간도 KBS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 점, 정규직 아나운서와 일정을 공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KBS는 A씨를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시킬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