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해킹…’ 정교해진 가짜에 금융시장도 당한다 [가짜뉴스 펜데믹]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계정이 해킹당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 됐다'는 보도가 해킹에 의한 가짜뉴스로 밝혀진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15분 동안 가상화폐 업계는 들떠 있었다.”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짜뉴스 소동을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전했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비트코인 ETF가 승인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4만8000달러 부근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당국은 곧바로 “SEC 트위터 계정이 해킹됐다”며 비트코인 ETF 승인 사실을 부인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4만4700달러선으로 고점 대비 7% 가량 급락했다.

가짜뉴스가 유포된 후 정정되기까지 불과 15분 동안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가상화폐 시장은 요동쳤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해당 시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9000만달러에 달하는 장·단기 비트코인 포지션이 청산됐다.

투자자들과 자동화봇은 가짜뉴스에 즉시 반응해 10분 만에 5억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이 개설됐으나 상당수의 포지션이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해킹이나 인공지능(AI), 딥페이크 등에 의한 ‘가짜뉴스’가 금융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AI가 만든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화재 조작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며 뉴욕증시가 출렁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하락했다 회복했으며 금과 국채 가격도 크게 움직였다.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도 가짜뉴스의 타깃이 됐다. 지난해 8월 런던증권거래소 홈페이지에는 미국 사모펀드 리플우드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가 올라왔다.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로 밝혀져 삭제됐고, 리플우드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밖에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가상화폐 회사 투자 뉴스,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의 소셜미디어(SNS) 투자 추천 인터뷰, 영국 BBC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프로젝트 소개 영상 등 가짜뉴스는 광범위하게 양산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10일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2년 내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AI를 통해 양산되는 허위 정보에 의한 혼란’을 꼽았다.

가짜뉴스는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오도해 금전적 손실을 야기하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금융시민단체 ‘베터 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비트코인 ETF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있었던 시장조작과 관련한 가장 끔찍한 범죄 행위 중 하나로 보인다”며 “누군가는 매우 큰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쁜 의도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가짜뉴스를 퍼트려 시장을 조작하거나 가짜 신분을 만들어 개인 투자금을 갈취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는 등 사기 범죄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당국이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경제전문매체 파이낸셜익스프레스는 “개인 투자자들은 허위 정보와 금융계 유명 인사의 영향력과 싸워야 하는 이중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당국과 강력한 감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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