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구원투수’ 美 계란, 원가는 국산의 2배라고? [푸드360]

1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물가잡기에 나선 정부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미국산 계란의 원가가 국내산보다 2배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계란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주부터 대형마트에 미국산 계란을 공급한다. 농식품부가 들여온 미국산 신선 수입란 물량은 112만개다. 홈플러스는 이 가운데 1만9000판을 확보해 전날부터 한 판(30구)을 국내산보다 약 30% 낮은 4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알고 보면 미국산 계란은 ‘밑지는 장사’다. 정부가 비싸게 사서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산 계란은 국내산보다 약 2배 비싸다. 특란을 기준으로 국내 산지 계란 가격은 1구당 약 170원이다. 이번에 농식품부가 계약을 맺은 미국산 계란은 161원 정도다. 여기에 항공료, 운송비, 통관비 등 부가적인 요인을 더하면 실질적인 몸값은 국내산 대비 2배로 뛰어오른다.

들여온 값보다 싸게 공급하는 탓에 단기적으로는 손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지난 2020년, 2021년처럼 국내 계란 물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산 계란 수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산보다 원가가 비싸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수급이 안정되면 더는 수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DB]

실제 국내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서 계란 한 판의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섰다. 한파 등으로 계란 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AI까지 엎친 데 덮치자 평균 가격이 6000원 후반대로 형성된 이후 7일부터 7000원의 ‘벽’을 돌파했다. 10일 기준 계란 한 판의 가격은 7158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평년 대비 20% 뛴 값이다.

미국산 계란 판매가 시작된 11일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 평균 계란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11일 기준 계란 한 판 가격은 6116원으로 하루 만에 14.6% 하락했다.

정부가 미국산 계란을 택한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망 외에도 위생 문제가 꼽힌다. 유럽권에서 들여오는 계란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항공료가 비싸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미국 외 지역에서 공수할 경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태국산은 위생 문제로, 중국산은 검역 문제로 수입이 어렵다.

한편 현재까지 전국 가금농장에서 확인된 2023년~2024년 동절기 AI 사례는 총 29건으로 집계됐다. 10일에는 경북 소재 가금농장에서 이번 동절기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현재 국내에는 두 가지 유형(H5N1, H5N6)의 고병원성 AI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H5N6형은 4년 만에 발생했다.

대한산란계협회 관계자는 “H5N6이 H5N1보다 바이러스성은 낮지만, 확산성은 크기 때문에 농장주가 초기에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급 동향에 큰 문제는 없지만, 확산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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