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화이안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 장쑤 애저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이르면 5년 안에 2배 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증대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계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즈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5~7년 안에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 넘는 증가폭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 분석팀은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48개 반도체 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향후 3년 안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분석팀은 “중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없지만, 반도체 업계가 제시한 숫자보다 많은 반도체 제조업체와 팹이 중국 현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증산을 위해 지난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장비 업체에 반도체 장비를 대량으로 주문했다. 미국 정부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대중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통제가 현실화 되기 전에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분석팀은 증가하는 생산능력의 대부분이 28나노미터(㎚)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레거시 반도체는 최첨단 반도체보다 10년 이상 뒤처진 기술이지만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수요가 큰 부문에 주로 쓰인다.
바클레이즈는 “중국 기업의 품질 수준이나 새로운 무역통제 정책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빠르면 2026년부터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미국측이 제 3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왕 부장은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경제 무역 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며 “양측은 교류 매커니즘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 협력을 위한 긍정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ASML은 자사 정부가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면허를 부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가 ASML에 중국에 대한 장비 수송을 취소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네덜란드 기업의 중국 수출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고 방해하는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수출통제 문제를 도구화, 무기화 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