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일 증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 증시는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국내 증시는 16년 만에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16면
1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전날 4.74% 상승했다. 전날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만5157.56까지 치솟으면서 거품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하순 이후 처음 3만5000선을 넘었다.
이에 반대로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전날 3.85% 감소했다. 작년 폐장일 종가 기준 2655.28포인트였던 코스피는 올 들어 7거래일 내내 하락하며 전날 2540.27포인트까지 급감한 것이다. 올 초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8년 연초 -6.05%(-114.86포인트)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엇갈린 양국 증시 배경엔 일본의 환율·실적·정책 ‘삼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진 경제상황이 자리한다.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엔화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달러를 자금으로 하는 해외투자자들에겐 투자 부담도 줄어든다.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는 1% 전후가 전망되면서 경기 확대도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주가 견인 노력도 뒷받침됐다. 지난해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 3300곳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부양책을 고안해 실행하라고 압박했다. PBR이 1 아래면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 미치지 못해 저평가됐단 의미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확대해 주가를 끌어올려 현재 도요타자동차 등 169개사의 PBR이 1을 넘어섰다.
새단장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도 증시로 이끌고 있다. 일본은 NISA 도입 후 10년 만에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늘렸다. SMBC닛코증권은 이에 따라 연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증시에 투입될 것이라 전망한다.
반면 국내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과 더불어 과열됐던 증시가 조정기를 겪고 있다. 시장 예상과 실제 금리 인하의 폭·시기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면서다. 이달 들어 기관은 3조8267억원 어치 대규모 순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이끌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선 연말 배당 차익 거래에 따른 매수 후폭풍도 나타나는 시기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연계 매수 차익 거래와 같은 연말 계절적인 수급 요인이 워낙 강하게 드러났다가 연초에는 되돌리는 식으로 수급 부담이 생기고 있다”며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 기대감 자체가 과도하게 들어왔기에 연준의 스탠스와 괴리를 좁히는 과정 속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다 보니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있다”고 했다. 신동윤·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