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최장 4개월 금융채권 상환유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공식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와 있다. 이상섭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결정에 따라 최장 4개월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면서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역대 워크아웃 기업들의 성공률이 45.6%로 작지 않지만,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당장 운영자금 마련이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채권은 상환이 유예되지만,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거래채권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사업진행 자체가 막히는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기존 자구안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돌발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추가적인 자금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태영그룹이 제시한 SBS 지분 담보 등의 약속이 즉각 지켜져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로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된다. 실사기간인 3개월을 기본으로,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채권자협의회는 일단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사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계열주 및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판단되면 ‘기업개선계획’이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당장 문제는 상거래채권이다.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법정관리와 다르게 사업을 정상 진행한다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업체 피해도 상대적으로 적다.

상거래채권에 대한 변제는 채무자인 태영건설이 책임져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이 시작되기 전인 실사 단계에선 채권단의 추가적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과 재무구조 개선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태영건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상거래채권은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 등을 말한다. 협력업체와 그에 딸린 수많은 노동 임금자의 생계를 책임진다. 소송 채무나 창구(소매)에서 판매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도 행사가 유예되는 금융채권으로 보지 않는다.

이와 관련,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은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은 기업어음(CP) 및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도 대체로 정상적으로 차환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외담대는 금융채권이지만, 한도가 막히면 더 이상 자금 융통이 어렵게 된다.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월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개월 동안 외담대를 갚지 않는다면 사업진행을 하며 기업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워크아웃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운영자금이 어느정도 들어갈지도 확언하기 어렵다.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곳이 생기거나 발견될 수도 있다. 다만, 5000억원 가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등은 일단 자구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추진,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자산유동화와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을 약속했다.

또 티와이홀딩스가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 지분을 담보로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태영건설에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 담보가 제공된다. 태영그룹은 앞서 유동성 부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이 즉각 중단된다고 강조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기존 자구책으로 부담하고, 거기서 부족하면 당연히 채무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미 약속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서 부족하다면 추가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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