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일 탈당 선언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이 전 대표와 대립해온 친명(친이재명)계 뿐 아니라 친낙(친이낙연)계로 평가 받는 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비판하며 민주당 단합 촉구에 나섰다.

친낙계로 평가 받는 이개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다는 것은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승리할 수 있다”며 “이 전 대표의 탈당과 분열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선언하며 한 말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전 대표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자신의 SNS에 “김대중 정신이 실종되었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대표님 본인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게시했다.

친노(친노무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말씀하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위해 헌신하셨다”며 “두 분의 정신과 민주당의 역사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이어 “민주당은 긴장의 끈 놓지 말고, 더욱 단결해서 힘을 모으자. 국민과 함께 총선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며 당의 통합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대표적 친명 정청래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이낙연은 2021년 1월 박근혜 사면론으로 정치적 폭망의 길로 들어섰고, 2024년 1월 탈당으로 정치적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라며 “최종 목표는 낙석연대를 경유해 국민의힘 쪽 대선후보가 되는 게 꿈일까”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정 의원은 약 한 시간 뒤 또 다른 게시물을 올려 이 전 대표를 거듭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낙연 탈당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사실상 경선불복”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언제 탈당 결심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게 보면 몇 년, 짧게 보면 몇 달, 줄곧’이라고 답했다”며 “그럼 시기적으로 보아 대선 경선 직후부터 탈당을 결심했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비겁하고 누추하다”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 결심 계기와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단일 사건 때문에 생각이 났고 그렇진 않다”며 “길게 되면 몇 년, 짧게는 몇 개월 동안 줄곧 고민해왔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