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두꺼비 캐릭터 [하이트진로 제공]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튀어나온 배에 짧뚱한 팔다리. 보고 있으면 빠져드는 초롱초롱한 눈망울. 친근한 비율에서 느껴지는 엉뚱함과 귀여움. ‘진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동물은 바로 ‘두꺼비’일 겁니다. 두꺼비를 싫어하는 사람들마저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죠. 그런데 사실 진로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진로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의 ‘진천양조상회’를 모체로 출범했습니다. 올해로 하이트진로는 100주년을 맞이했죠. 처음 진로의 트레이드 마크는 다름 아닌 원숭이였어요. 서북지방에서 원숭이는 사람의 모습과 행동이 비슷하고 복을 주는 동물로 여겼죠.
하지만 1954년 본사를 남한으로 옮긴 진로는 더 이상 원숭이를 상징 동물로 사용할 수 없었어요. 남쪽에서 원숭이의 이미지는 정반대였거든요. 치사하고 교활한 이미지가 컸죠.
당시 진로는 다른 상징 동물로 두꺼비를 선택했어요. 두꺼비는 남한의 민간설화에서 복을 주는 이미지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차고 깨끗한 이슬을 받아먹는 ‘장생’의 동물이기도 했죠. 여기에 ‘번영’이라는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답니다. 소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그야말로 ‘찰떡’이었던 거죠. 그렇게 1954년, 진로의 트레이드 마크는 두꺼비로 변경됐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가 기억하는 귀여운 두꺼비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두꺼비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사실적인 이미지였죠.
하이트진로 진로 디자인 변천사. 각 1924년(원숭이)→1955년(초기 두꺼비)→2019년(현 두꺼비) 판매된 진로 제품 [하이트진로 제공] |
우리에게 익숙한 두꺼비로 변한 건 2019년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당시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진로를 출시했습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의 뜻처럼 진로의 포장 디자인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됐죠. 진로가 새롭게 돌아오면서 두꺼비 캐릭터를 놓고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죠. 정통성을 유지해 옛 두꺼비를 그대로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 됐었던 겁니다.
결국 ‘두꺼비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하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진로가 겨냥하는 소비층은 2030입니다. MZ세대가 좋아하는 귀엽고 엉뚱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본 거죠. 그렇게 새로운 두꺼비가 탄생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친근했던 비율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지금은 ‘테라 두꺼비’, ‘자이언트 두꺼비’, ‘캡틴 두꺼비’, ‘꺼비 월드’까지 두꺼비 세계관도 점점 커지고 있답니다.
지금 두꺼비는 전국을 돌고 있어요. 캐릭터 굿즈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죠. 하이트진로는 2020년 두껍상회를 처음 선보인 이후 부산, 인천, 강릉 등 전국 순회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어요. 굿즈를 선보이는 ‘어른이 문방구’ 콘셉트로 시작한 두껍상회는 활동성을 강화한 ‘어른이 놀이터’ 콘셉트를 거쳐 이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복합문화공간인 ‘두껍상회 클럽 1924’를 열었대요. 클럽 라운지 콘셉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체험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있죠. 두꺼비 보러 압구정으로 오지 않으실래요? 단, ‘어른이’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 아쉽지만 미성년자는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