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D-1…전 세계 안보·경제 방향키 ‘주목’

독립 친미성향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 더 총통후보가 대만 제2의 도시 카오슝에서 선거유세에 나서고 있다.[AFP/게티이미지=연합]

독립 친미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 더 총통후보가 대만 제2의 도시 카오슝에서 선거유세에 나서고 있다.[AFP/게티이미지=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전 세계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3일 대만에서는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3일) 전날까지 결과상 이번 대선은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민진당과 국민당 배후에 각각 미국과 중국이 자리한 듯한 구도가 부각되면서 이번 선거를 ‘미중 대리전’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해협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해왔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 왔다.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030 젊은 층의 현실적인 고민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총통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낮지만 민중당이 입법위원 수를 늘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 1955만명 중 2030 유권자는 608만명으로 31%를 차지한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전 세계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만큼 주목도가 높다. 누가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세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진당 라이 후보가 승리해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경우 양안 관계는 더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경제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관계 역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리 모드’로 돌입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국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양안 관계는 순풍이 예상된다. 군사적 위협은 낮아지고 경제적 협력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헤게모니를 쥐었다는 시그널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해 온 미국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키나와에서 대만과 필리핀을 거쳐 말라카해협까지 이어지는 제1열도선을 통해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에 자리하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친중 허우 후보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미국의 긴장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첨단기술 제재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대중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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