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거래 탈세의혹에 3억원 부가세…법원 “위장사실 몰랐다면 과세부당”

세무서가 위장거래를 통해 탈세한 정황이 있다며 한 휴대전화 액세서리 판매업체에 세금을 부과했으나 이 같은 처분은 부적합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세무서가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휴대전화 액세서리 판매업체 A사가 서울 도봉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부과받은 3억4000만원의 세금 중 2억7000만원 상당의 처분을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사는 2015년 하반기와 2016년 상반기 총 3개의 업체와 휴대전화 거치대,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등 물품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도봉세무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3건의 계약에서 실제 물품이 오고가지 않았다고 보고 ‘위장거래’로 판단했다. 도봉세무서는 본세 1억6000만원에 과소신고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 세금계산서 수취 가산세 등을 더해 총 3억4000만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도봉세무서는 거래 대상이었던 업체 B사와 C사가 애초에 A사에 납품할 물품을 매입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A사와 2개 업체 간 매매 대금이 오갈 당시 A사의 매출 계좌→매입 계좌→B사, C사의 계좌로 거래액에 상당하는 금액이 이체됐고, B사와 C사가 각각 현금을 인출하는 등 자전거래 양상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D사와의 거래에서는 최종적으로 계약이 취소돼 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사는 B사, C사가 물품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사와 C사는 각각 의류제조업, 합성수지제조업 등록업체로 휴대전화 액세서리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

D사와의 거래에서는 E사가 공급 확약 의미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았으나 결국 납기를 지키지 못했고, 이에 따라 취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고 반박,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맞지만 위장거래는 아니었다며 처분이 과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도봉세무서가 A사의 위장거래 의혹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상당 부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 A사가 B사, C사와 계약한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했기 때문이다. B사와 C사가 제3의 업체에게 명의를 빌려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2개 업체가 명의를 위장한 사실을 A사가 몰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장거래라는 점을 알면서도 부가가치세 등을 지급했다면 스스로 부가가치세를 이중으로 부담할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으로 사회 통념상 이례적”이라며 “실제 공급자와 세금계산서상 공급자가 다른 명의위장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적었다.

D사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위장거래가 아닌 일찍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생긴 문제로 봤다. 재판부는 “실제 재화 인도 시기보다 다소 일찍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보일 뿐이며 A사나 D사가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기 위한 목적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급가액의 1%에 해당하는 가산세만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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