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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 99명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주로 ‘조폭’에 적용됐던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15일 사기와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연모(39)씨에게 징역 10년을,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팀장 장모(35)씨와 명의를 대준 이모(40)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룹 채팅방에서 실적 수행 상황이나 계약 성사 결과를 공유하며 범죄단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갖춘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의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연씨는 동시진행 거래를 위주로 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설해 임차인 섭외, 거래 중개 등을 통해 리베이트 명목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바지명의자 역할을 할 사람을 직접 구해 거래에 이용했다”며 “연씨는 조직적으로 범죄단체를 구축하고 이씨는 이 집단에 가입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차인 99명에게 205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혔음에도 피해를 제대로 회복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임대차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그 피해가 전가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는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채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씨 등 3명은 지난 2021년 6월∼2022년 12월 세입자 99명으로부터 205억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씨 등은 서울 구로구, 경기 부천, 인천에 지사를 두고 팀장, 부장, 과장 등으로 직급과 역할을 나눈 뒤 그룹 채팅방 등을 통해 범행에 필요한 각종 지시사항을 전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세사기를 조직범죄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범죄단체 조직·활동죄를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