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별세포’, 뇌종양 최적 수술위치 찾아준다

교모세포종(고위험군) 환자와 성상세포종(저위험군) 환자에서 관찰되는 11C-아세트산 PET와 MRI 이미지.[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는 알츠하이머나 염증 등에 의해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로 활성화한다. 반응성 별세포는 다양한 뇌병변에서 관찰되며, 뇌종양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흔하지만 환자의 치료 예후가 나쁜 악성 종양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의 주변부에서도 반응성 별세포가 발현하지만, 종양세포와 반응성 별세포 간 대사 기전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윤미진 교수팀, 신경외과 강석구장종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뇌종양 환자의 종양 주변부에 발현하는 반응성 별세포의 대사 매개 물질인 아세트산의 항진을 영상화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기술로 종양 미세환경의 에너지 대사 기전을 밝혀 새로운 뇌종양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모세포종은 종양과 그 주변부의 반응성 별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과 함께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특징을 갖는다. 종양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상호 작용을 통해 종양의 진행, 종양세포의 전이, 치료 반응과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뇌종양의 종양 미세환경까지도 영상화할 수 있는 기술로 탄소11-아세트산(11C-acetate)을 활용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을 제안했다. 11C-acetate는 아세트산을 흡수하는 세포를 영상화하는 방사성추적자로, PET는 이 방사성추적자가 방출하는 양전자를 측정해 영상으로 시각화한다. 종양세포에서 아세트산을 과다 흡수한다고 알려져 기존에도 암 진단에 사용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교모세포종 환자에서 유래한 종양 조직 이식 동물모델로 종양 미세환경을 영상화하여 분석한 결과, 아세트산이 종양세포보다는 주변에 형성된 종양 미세환경, 특히 반응성 별세포에 의해 대부분 흡수되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이창준 IBS 단장, 윤미진 세브란스병원 교수, 강석구 세브란스병원 교수, 장종희 세브란스 병원 교수.[IBS 제공]

또한 연구진은 뇌종양 환자에서 11C-acetate PET 촬영으로 확인된 종양 미세환경 부위(아세트산 과다흡수 부위)가 MRI로 촬영된 종양 부위에 비해 클수록 환자의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의 치료는 MRI로 구분된 종양을 수술로 절제하여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러한 결과는 뇌종양 치료를 위해 종양 미세환경의 제거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종양의 진행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응성 별세포와 종양 줄기세포 부분을 외과적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성공적인 치료에 핵심임을 시사한다.

이창준 IBS 단장은 “다양한 뇌병변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화의 기전을 이해하면 뇌질환 극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종양 미세환경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화가 에너지 대사의 결과로 유도됨을 새롭게 규명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종양세포와 함께 종양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반응성 별세포, 종양 줄기세포, 주변 신경세포 등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신경종양학회지 ‘뉴로-온콜로지(Neuro-Oncology)’에 12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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