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다시 MS… ‘지구 1등 주식’ 변천史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보면 그 시대의 주도 업종을 알 수 있다. 주가는 실적에 수렴할 뿐 아니라 그 기업의 미래 비전도 밸류에이션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주도 업종은 IT기기에서 AI(인공지능)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강자였던 애플이 AI(인공지능) 도입에 주춤한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세계 시총 1위를 탈환했다. 글로벌 상위 시총 10대 기업 중 7곳이 AI를 사업 전면에 내세우면서 글로벌 증시도 AI로 재편되고 있다.

16일 글로벌 자산종합 정보포털 인피니트 마켓캡에 따르면, MS는 시가총액 2조8770억달러(약 3800조원)로 2년여 만에 애플(2조8740억달러)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를 되찾았다. 그간 애플은 스마트폰 시대(2012년)부터 IT 성장기(2016년)를 거치면서 시총 1위 입지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애플의 주가가 36.8% 오른 사이 MS 주가는 더 큰 폭(61.6%)으로 뛰면서 지난해 시총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영상=안경찬PD]

증권업계는 ‘AI 역량’이 시총 1위의 얼굴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MS는 2019년부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MS는 운영체제(OS)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자체 AI 서비스인 코파일럿(Copilot)을 탑재하며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애플은 빅테크 중에서도 뒤늦게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2011년 AI 음성비서 ‘시리’를 내놓은 이후 별다른 기술을 선보이지 않았다. 이는 일각에서 스티브 잡스의 부재 이후 애플 내부의 혁신 의지와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래 성장산업 역량이 고스란히 시총 1위 싸움에도 녹아든 셈이다.

실제 시총 1위는 산업지형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 MS는 1990년대 후반 PC혁명으로 부상했지만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아래로 밀렸다. 잭 웰치가 이끈 미국 최대 전자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가 제조업 전성시대를 다시 열었고, 2000년대 중반에는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영향으로 정유업체가 크게 약진했다. 중국 석유·천연가스 회사 페트로차이나와 미국의 정유사인 엑슨모빌이 1위를 두고 경쟁했다. 또 중국 제조업의 부상과 함께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ICBC) 등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총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2010년대엔 스마트폰·모바일 등이 성장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애플이 2012년부터 장기간 1위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구글·아마존·메타·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동력의 물꼬를 미래산업으로 돌리며 전통 제조·에너지기업과 중국업체를 밀어냈다. 제조업이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2011년까지 1위를 차지했던 GE는 2018년 6월 다우존스지수 구성 종목에서 퇴출당했다.

최근 세계 주요 증시가 가리키는 대세 역시 AI다. 세계 시총 상위 10위권 중 7곳이 모두 AI를 사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MS와 애플을 제외하고도 알파벳(4위)·아마존(5위)·엔비디아(6위)·메타(7위)·9위(테슬라)등이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시총 1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총 흐름의 변화는 스마프폰에서 AI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AI 슈퍼사이클’을 의미한다”며 “애플이 AI 기술과 관련한 혁신적인 업데이트가 늦어질수록 1위를 탈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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