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보다 먼저 닥친 ‘과일 인플레’ 공포

사과와 배 등 과일값이 최근 급등하면서 명절을 앞둔 시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는 모습 [연합]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딸기 한 팩(500g)을 큰마음을 먹고 주문했다. 김씨는 “그동안 1만350원~1만5000원 수준이라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정부 쿠폰으로 1만원 아래에 살 수 있어 택했다”며 “가격대가 낮은 제품은 빨리 품절돼 서둘러야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과일값 폭등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할인쿠폰제도와 수입과일 확대로 물가잡기에 나설 계획이지만 시장 개입을 통한 가격안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15일 가락시장 기준 딸기(2㎏·특급) 경락가격은 평균 5만5309원으로, 1년 전(1월 14일, 4만2061원)보다 31.4% 올랐다. 사과(부사, 10㎏)는 4만994원으로, 평년(3만4291원) 대비 19.5% 인상했다. 대표 성수품인 배(15㎏, 신고) 도매가격도 7만1087원으로 평년(4만6172원)보다 53% 이상 올랐다.

과일값은 설 특수와 더불어 고물가와 이상 기후, 재배면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겨울간식인 귤도 마찬가지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가격(5㎏)은 1만5705원으로, 전년 대비 56% 오른 상태다. 감귤 도매가격 조사가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모든 과일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귤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품성이 떨어져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명 못난이과일(비정형과)도 예전처럼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넣기 어려워졌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못난이 사과의 경우 1년 전보다 가격이 10~15% 올랐다. 해당 마트 관계자는 “최근 정상품 시세가 오르다 보니 못난이 과일도 오르는 추세”라며 “그래도 못난이과일은 정상품 대비 많게는 40% 저렴해 여전히 알뜰구매 상품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못난이농산물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김영민 못난이마켓(못난이농산물 온라인몰) 대표는 “귤 가격만 봐도 최소 10% 올랐고, 제주도 농가는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작년 6월에 비가 많이 와 본격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거래량은 첫 사업을 시작한 1년 전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CU 역시 지난해 9월 ‘싱싱상생’ 브랜드에 못난이과일 품목을 늘리며 판매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과일·채솟값에 배, 사과, 감귤, 딸기 등 총 13개 품목에 대한 할인을 지난 4일부터 진행하며 대응하고 있다. 과일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반기 바나나(15만t), 파인애플(4만t), 망고(1만4000t), 오렌지(5000t) 등에 수입과일 21종의 관세도 면제 또는 인하한다. 정부 지원책의 지속 가능성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일은 국산 과일과 수입 과일의 대체성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귤과 오렌지가 유사성이 있지만 소비가 대체될지, 대체될 경우 농가의 불만이나 피해가 없을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체감 물가의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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