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숙 명창 [국립국악원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관산융마·수심가’ 음반을 발매했다고 국립국악원이 16일 밝혔다.
유 명창은 이ㅓ번 음반에 서도소리의 정수로 꼽은 음악을 담았다.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나 잡가를 일컫는 서도소리는 남도소리와 경기민요와는 다른 음계를 사용한다. 음을 떨면서 내는 독특한 가창 기법을 가지고 있어 서도소리를 내려면 ‘대동강 물을 먹어보고 해야 한다’고 할 만큼 어렵다.
앨범에 담긴 ‘관산융마’는 총 44구로 된 신광수(1713~1775)의 한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嘆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관산의 전쟁을 탄식해 북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를 창으로 부르는 유일한 서도시창이다.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곡이다. 또 슬프고 근심하는 마음이 가득한 노래 ‘수심가’는 서도소리의 섬세한 감정과 호흡을 담은 서도민요의 대표곡이다.
총 44구로 된 ‘관산융마’는 창법의 난이도와 곡의 분량 등을 고려해 대개 공연과 음반에서는 4구까지 부르는 편이다. 현전하는 음반 중 관산융마의 44구를 모두 수록한 음반은 1972년 오복녀, 김정연, 김수영, 박윤봉 명창의 LP음반 ‘서도소리대전집’이 유일하다. 유 명창은 이번 음반의 14구 녹음을 시작으로 남은 30구의 관산융마도 음반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유 명창은 “비슷한 선율에 다른 가사를 이어 부른 것이 아니라, 각 가사 내용에 맞춰 섬세한 음악적 표현을 하는데 집중했다”며 “육상의 단거리 경기와 장거리 경기가 다르듯 오랜 그리움이 가득한 실향민의 심정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고자 힘썼다”고 말했다.
‘수심가’는 그리움와 애틋함 담겨진 노랫말의 정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유 명창은 “한탄하는 마음을 담은 수심가는 인민의 감정을 북돋는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 북에서는 ‘수심가’ 본연의 정서를 담아 부르기가 어렵다”며 “노랫말의 정서에 맞춘 수심가의 재구성을 통해 수심가의 정서가 짙게 드러나도록 음반에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유 명창은 음반 제작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총 3년에 걸쳐 음반을 완성했다. 우리 소리를 지키고 전승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유 명창은 이번 음반에 대해 “서도소리 인생길에 접어들면서 언젠가는 완수해야 할 큰 과업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그 큰 과업을 위한 첫 발을 떼었고, 앞으로도 남은 소리 인생에도 서도소리를 올곧게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 안팎으로 서도소리의 멋을 알리고 명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