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도 ‘범죄집단’…총책에 징역 10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에 대해 징역 10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통상 조직폭력배 처벌에 사용되던 범죄단체 등 조직죄가 인정됐다. 임차보증금을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이 사기죄에 더해 범죄단체 조직죄로 실형을 받은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지난 15일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모(3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연씨는 2017년부터 인천에서 사무소를 열고 활동한 공인중개사다. 2021년 4월부터 인천과 부천, 서울 구로구 일대에 사무실과 조직을 꾸려 ‘총책’으로 전세사기 범죄를 지휘해 총 99명의 세입자로부터 205억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됐다.

연씨가 조직한 범죄집단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를 받은 장모(35)씨와 이모(40)씨 또한 각각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장 씨는 ‘팀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임차인을 모집할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을 모집했다. 이 씨는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주택을 매매할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준 ‘바지사장’이다.

연씨는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이기 위해 각 지역에서 활동할 조직원을 고용하고 역할을 분담·지시했으며 단체 메신저방 등을 통해 상호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렇게 가로챈 보증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교부했다. 법원은 일당이 ‘전세사기 범행을 계속적·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구성하고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통상 전세사기 범죄에 처벌에 쓰이는 사기죄 외에도 형법 제114조인 범죄단체 등 조직의 죄까지 인정했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된다고 해서 법정 최고형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다. 또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경우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온라인 성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함께 적용되는 이유다.

실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인천 전세사기 일당 또한 사기죄에 더해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업자 남모(62)씨를 포함한 35명이 기소됐는데, 이중 남씨를 포함한 18명이 범죄단체 조직죄로 기소됐다. 이들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직접 공동주택을 지은 뒤 이를 담보로 금융권 대출과 세입자를 받았다. 대출금과 보증금은 또 다른 건물을 올리는데 사용됐다. 주택 총 533채를 대상으로 세입자들을 속여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금융권을 상대로 전세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 또한 범죄단체 조직죄로 처벌받았다. 지난 5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단독 장성진 판사는 청년 전세자금 명목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140억원이 넘는 현금을 가로챈 사기 일당의 총책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허위 임대인·임차인을 모집한 뒤 가짜 임대차 계약서를 만들어 대출을 받은 뒤 갚지 않았다. 허위 임대인 모집책에는 징역 2~7년, 허위 임차인 모집책에게는 징역 1~6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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