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협상에 난항을 겪어 ‘2+2 협의체’로 넘어간 주요 법안들을 연일 언급하며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내 사안인 법안 처리에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여론전’에 직접 등판해 대야(對野)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10일 부산을 찾은 이래 전날까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저희는 산업은행법의 회기 내 통과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말씀, 그리고 민주당의 성의 있는 답을 요구한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1월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민생 법안 협조를 요구하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발언 직후 나왔다. 유 의장은 ▷50인 미만 중소사업장 법 적용 2년 유예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무주택 실수요자 실거주 의무 폐지 주택법 개정안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에 대해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주요 법안 처리에 대해 지난 14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처음 참석한 고위 당정에서 산은법·중대재해법·주택법 개정안 등에 대해 야당에 적극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 늦어도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정부·여당에 당부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의 경우, 오는 25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이 유예되지 않는다면 이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이에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중대재해법 개정안 합의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원내 사안인 법안 처리에 대해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이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민주당의 반대로 처리가 어려우니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고 진척이 없으니 한 위원장이 심각하게 보시고 얘기하신 것 같다”며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우리는 계속 노력 중인데, 민주당이 묵묵부답에 비협조적이니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비협조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알려, 압력에 의해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원내대표도 이야기하고 메신저 파워가 큰 비대위원장도 얘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여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들 법안은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여기서도 합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여당 소속 각 상임위 관계자 사이에선 “민주당의 반대로 계류가 길어지고 있다”, “2+2 협의체로 넘어간 이후론 소식도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