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에 딜 기회…PEF 세컨더리 활발”

금리 인상, 유동성 축소, 국가 간 전쟁 등 몇년간 인수합병(M&A)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추세가 주춤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얼어붙었던 시장이 서서히 녹는 모습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도 좁혀지기 시작하며 지난해 말부터 딜 성사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기지개를 켜는 M&A 시장의 올해 화두에 대해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올해도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이 화두인 것은 여전하며 여기에 실버산업, ESG의 E(환경), G(지배구조) 등에 딜 기회가 많을 겁니다.”

삼정KPMG의 M&A센터장을 맡고 있는 하병제(사진) 부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얼어붙었던 시장이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다며 올해 주목하는 시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며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 부지 등 자산 유동화 작업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하 부대표는 올해 대기업의 사업재편에 주목했다.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기를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섰던 대기업이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 활발하게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 부대표는 “그룹사별 인사를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회사의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신사업 추진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벌려놓은 신사업 중에서도 크게 성과가 없는 사업을 빨리 정리하는 매각 작업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은 인바운드(해외에서 한국으로)보다 아웃바운드(한국에서 해외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차전지, 반도체 관련 협력사들은 미국, 유럽 등에 생산시설 설립이 필요함에 따라 이를 위한 투자금 유치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외의 업종은 사업 확장을 위해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진출로 눈길을 돌리면서 이에 대한 해외 투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부대표는 태영건설 사례 같은 구조조정 거래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고금리 시기에도 외부 차입이 불가피했던 업종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가 있는 건설사와 여기에 노출된 제2금융권 등에서 구조조정 관련된 딜이 증가할 것”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의 경우 아직 사업재편을 통한 매도 수요가 큰 상황인 만큼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PEF 운용사의 유동성 여력도 뒷받침되는 상황이다. PE는 최근 2년 사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라 신규 투자와 포트폴리오 정리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투자금 소진과 회수가 지연됐으나,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 등 유동성 공급자로부터 출자 받은 자금은 적지 않다. 작년 말 기준 사모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은 약 3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 부대표는 “PE의 경우 회수 시점이 도래한 포트폴리오가 있고 지난해 출자자(LP)에게 자금은 받고 투자를 많이 못한 만큼 세컨더리 딜도 증가할 수 있다”며 “올해 들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PEF 운용사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 집중하지 않고 운용 영역도 넓히고 있다. 하 부대표는 작년 현대엘리베이터나 한국앤컴퍼니 등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딜을 진행한 PE들의 행보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지배구조 때문에 저평가돼 있는 회사의 경영권 인수는 물론 오너의 취약한 지배력에 힘을 실어주는 딜도 PE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안정을 위해 투자한 H&Q코리아 사례처럼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한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PE 쪽에서 거래 구조를 만들어 투자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미·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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