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베트남을 이해하는 6가지 키워드

“약 4000㎞, 5시간 반.”

인천에서 호치민까지의 비행거리와 시간이다. 물리적 측면에서 베트남과 한국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1992년 한-베 수교 이후 양국 간 교역, 상호투자, 인적교류는 괄목할만큼 증가해 양국은 이제 너무나도 가깝고 중요한 동반자가 됐다. 문화적·경제적으로 한국과 닮은 점들도 많이 있다. 우리에게 이렇게 중요한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호치민에서 약 3년간 근무하며 현지에서 보고, 듣고 또 이해한 부분에 대해 ‘6가지 키워드’로 베트남을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을 설명함에 있어 동아시아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어 단어 상당수가 한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교의 영향으로 현재도 남아선호·장유유서·제사 등의 문화가 남아있으며,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호치민 주석이다. 호 주석은 베트남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 초대 국가주석으로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다. 과거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이 통일 이후 호치민으로 개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 정부 기관의 거의 모든 회의실에는 호 주석의 흉상 또는 초상화가 걸려 있다.

세 번째는 교육열이다. 베트남인들은 교육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다. 인구는 1억명이지만 문맹률은 고작 4%이며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대도시의 사교육 비율은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민 소득 증가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현지 교육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네번째는 대나무 외교다. 뿌리는 단단하지만 가지는 유연한 대나무처럼 베트남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중립외교를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선물 보따리를 받고 있다. 작년 9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해 베트남 정부가 염원하던 반도체 산업협력을 논의하고, 같은 해 12월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을 찾아 양국 우호관계를 세계에 과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섯번째는 오토바이다. 오토바이 등록대수만 약 5000만대로, 인구 2명당 1대에 달하는 수치다. 대도시의 경우 출퇴근 도로를 뒤덮은 오토바이 행진을 쉽게 볼 수 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베트남 정부가 올해부터 일정 환경기준 미충족 오토바이의 통행을 제한키로 결정했다. 해당 규제 움직임에 따라 향후 베트남도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키워드는 체면과 자존심이다. 프랑스,미국,중국 등 강대국들을 상대로 승리해 온 역사적 경험은 베트남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으로 발현된다. 현지 사업가들이 베트남 직원들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남들 앞에서 질책하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베트남 중간 관리자를 통하거나 단둘이 대화로 해결한다.

위 여섯가지 키워드가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갑진년 새해에는 양국간 우호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베트남의 새해 덕담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V n s nh !(반 스 니으 이: 모든 일이 바라는대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서웅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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