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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새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일본 증시에 대규모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달 전체 순매수액(83억원)의 9배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역대급 엔화 약세를 보인 지난해 7월에는 2033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80억원대로 축소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 11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 금액도 5조190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04억원 늘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일본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재평가 받을 기회를 만드는 등 삼박자가 맞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11일 34년 만에 3만5000선을 돌파, 15일에는 장중 3만6000선도 넘어서며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닛케이225지수 상승률(6.3%)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 아르헨티나(11.1%)와 튀르키예(6.9%)에 이어 3위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9% 하락해 꼴찌를 기록했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0.26%가량 하락해 각각 상승률 11위와 12위를 차지했다.
주로 반도체 부품 및 게임 관련 종목에 매수세가 강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3개가 반도체 부품 관련 기업이고 3개는 게임 관련 기업이다. 이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게임 개발 기업 캡콤으로 총 15억3000만원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13억9000만원)과 게임 관련 기업 스퀘어에닉스홀딩스(8억2000만원)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이어 더블유스코프(7억6000만원), 넥슨(6억9000만원), 혼다자동차(5억5000만원), TDK(5억3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백 연구원은 “이전부터 일본이 게임 산업에 강해 꾸준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게임 관련 종목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 이후 미국 중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생성된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이 사슬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등에 순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 선거 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중국 지수는 주춤하고 일본 지수가 상승하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상반기 큰 흐름에서 볼 때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에는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 조정이 있었는데 이달 들어 일본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유입됐다”며 “통화 정책 정상화 관련 명확한 이벤트가 없으면 일본 증시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통화 정책 정상화 재개 가능성이 있는 3∼4월 전후에는 상승 추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