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8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지난달 18일 발사됐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이 잇따라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6일(현지시간) CSIS가 개최한 ‘2024 인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 미국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보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핵 용인’ 검토 기사를 언급하면서 “트럼프에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관련보도를 부인했지만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맺은 친분이나 안보문제도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트럼프의 기질 등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가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내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따른 북핵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북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로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 각기 다른 이유로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핵무기 보유를 용인받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생존을 위한 카드로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 그리고 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인도, 또 인도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에 적극 협력한 파키스탄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허용했고, 국제사회는 미국의 정책적 선택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면, 이는 네번째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 현재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등 북한 핵위협에 노출된 동맹국을 향해 강력한 확장억제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의 승리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북한의 핵무기 용인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의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핵무장 용인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을 자극해 동아시아 핵개발 도미노를 일으킬 중대 안보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시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억제 제공 약속이 흔들릴 경우 한국과 일본은 언제든 ‘자위조치’를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워싱턴 선언에도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주목된다.
결국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록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고, 이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