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기 인하 NO” 연준 매파에 美 증시 ‘뚝’…“‘상수’였던 北, ‘변수’로 코스피 부담” [투자360]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의 날개짓에 미 뉴욕증시가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이 기대하고 있던 ‘조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발언이 나오자 미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이로 인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심이 얼어 붙으며 뉴욕증시가 일제시 하락하면서다.

조기 피벗 기대감 식으며 美 국채금리 ↑…“그동안 너무 낙관적”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1.86포인트(0.62%) 떨어진 37,361.12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85포인트(0.37%) 내려간 4,765.98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8.41포인트(0.19%) 하락한 14,944.3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주인공은 미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였다.

윌러 이사는 16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거시경제학자 관점에서 최근 지표는 이보다 좋을 수가 거의 없을 정도지만 계속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반등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 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떄가 되면 체계적이고 신중하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이전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종종 신속하고 큰 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앞서 윌러 이사는 지난해 11월말 “인플레이션이 진정됐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시장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조기 개시 기대감이 커진 것에 대표적 매파 인사인 윌러 이사의 ‘변신’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윌러 이사의 발언에 국채금리가 치솟았다.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1.4bp(1bp=0.01%포인트 ) 오른 4.064%를, 30년물 국채금리는 10.2bp 상승한 4.3%를 기록 중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해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도 9bp 오른 4.228%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조기금리 인하 기대감도 잦아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 80%에서 66.9%로 떨어졌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그의 발언은 3월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5~6월 금리가 처음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베어드의 투자 전략 분석가인 로스 메이필드는 로이터 통신에 “투자자들이 그동안 연준의 금리 완화 의지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美 은행株 혼조…보잉·애플 주가도 ‘뚝’

지난 15일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휴장한 뉴욕증시는 기업 실적에 주목하며 장 중 변동성을 키우다 하락세로 마쳤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회계연도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5.48달러를 기록해 LSEG(구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51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4분기 EPS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1% 급증했다. 골드만은 자산 운용과 주식 거래 순익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해 투자심리를 눌렀다.

모건스탠리는 회계연도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85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4분기 EPS도 LSEG의 예상치 1.01달러를 하회했다. 모건스탠리는 SVB 사태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부과한 특별 부담금 2억8600만달러 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2억4900만달러의 법정 비용 부과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요 투자은행의 실적이 상반되게 나오면서 장 중 변동성은 확대됐다. S&P500 은행지수는 1.2% 하락하며 한 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보잉은 이날 주가가 8% 가까이 떨어졌다. 737맥스9 모델에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웰스파고가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동일 비중으로 하향 조정한 여파가 컸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미국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애플 주가도 1.23% 하락했다.

AMD 8.24%↑·엔비디아 신고가…반도체는 ‘훨훨’

개별주에서는 인텔과 함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D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혜자가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입어 8.24% 상승했다.

영국계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톰 오말리는 AMD가 올해 AI 반도체 매출이 4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AMD의 목표주가를 120달러에서 20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AMD의 최고급 서버용 머신러닝칩인 MI300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키뱅크 캐피털 마켓도 이날 AI 수혜주가 될 세개의 칩 회사 중 하나로 AMD를 꼽으며, 목표 주가를 170달러에서 190달러로 상향했다.

기존 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이날도 3.06% 상승한 563.82달러로 장을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엔비디아는 오는 30일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32% 상승한 4105.94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반도체주의 강세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요 반도체주에 호재로 작용, 반등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6% 하락한 7만2600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7만2000원 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한달 만이다. 올해 첫 거래일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7만9600원까지 오르며 ‘8만전자’ 달성을 눈 앞에 두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보다 1.49% 하락한 13만2100원을 기록하기도 했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주를 모아둔 ‘KRX 반도체’ 지수도 1.76% 떨어졌다.

韓 증시엔 하방 압력 가득…“당장은 리스크 관리”

국내 증권가에선 반도체 섹터의 긍정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미 금리 인하 기대 하락과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여파,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등으로 국내 증시엔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7일) 코스피 지수가 0.5% 이상 하락한 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이었던 2일(0.6%)과 15일(0.04%)을 제외하면 11거래일 중 9거래일이나 하락한 것이며, 15일 상승폭이 미미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10거래일이나 하락하며 약세 흐름이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 약세 요인으로 ▷기관 수급 악화 ▷이익 모멘텀 약화 ▷북한 리스크 등을 꼽았다. 그는 “국내 증시 특성상 북한 요인이 증시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확대되면서 재차 ‘변수’가 되는 모습”이라면서 “투자의 관점에선 비중확대보다 리스크 관리가 ‘당장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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