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14년 전 ‘옵션쇼크’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은 한국도이치증권 전 임원과 법인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전 임원 A씨가 부당이익의 취득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고, 불법행위에 가담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본 원심(2심) 판결을 수긍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은 한국도이치증권 전 임원 A씨와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0년 11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소속 임직원들과 공모해 ‘11·11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옵션만기일에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코스피200 지수 풋옵션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장 마감 직전 2조4400억원 상당의 현물 주식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도이치은행과 증권은 448억원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반면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주가지수가 떨어져 14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홍콩지점이 보유하지 못한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이치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예방과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1심은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7형사부(부장 심규홍)는 2016년 1월, A씨에게 징역 5년 실형을, 도이치증권 법인에 대해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11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차익거래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 장 마감 직전 10분 동안에 2조4424억원 상당의 매도 주문을 제출해 불공정거래의 규모가 매우 크다”며 “주식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는 점, 공범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2심은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택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7형사부(부장 김대웅)는 2018년 12월, A씨와 도이치증권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 봤을 때 A씨가 투기적 포지션 구축을 인식하고, 범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보고를 최대한 늦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수조원 규모의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할 만한 특별한 경제적·업무적 동기나 배경도 찾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A씨가 개인적인 금융계좌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한 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비공식적인 별도의 금전적 대가를 지급했다는 자료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A씨가 범행에 대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