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 씨의 친구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손씨가 사망한 지 약 2년 8개월 만에 수사당국의 무혐의 결론이 나오면서 음모론과 추측이 난무했던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고소인 면담, 목격자 조사, 현장 검증 등으로 충실히 보완수사를 했지만 (A씨에) 대한 피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2021년 4월 24일 오후 11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2시께까지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셨다. A씨는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고, 손씨는 이후 실종됐다. 그리고 30일에는 손씨의 시신이 한강 수중에서 발견됐다.
이후 ‘손정민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했다. 동시에 손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다. 특히, 손씨가 실종 당일 친구 A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A씨가 손씨의 사망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일부 네티즌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퍼뜨리면서 ‘타살’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는 ‘A씨가 정신을 잃은 손씨를 강으로 끌고 가 물속에 밀어넣었다’ ‘A씨가 손씨와 같이 강에 들어갔다가 혼자만 빠져나온 것 같다’ 등의 추측성 주장들이 확산됐고 이에 더해 A씨의 사진과 이름이 온라인상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A씨의 가족을 향한 음모론도 생성됐다. A씨의 아버지가 전 강남경찰서장이라거나 강남 세브란스병원 교수, A씨의 어머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유튜버는 ‘무당이 바라본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무당 점집 처녀보살, 반포 한강공원 의대생 단순 익사가 아닌 확실한 타살’ 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올려 조회수와 구독자 수 늘리기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경찰은 제기되는 의혹들이 아닌 사건 수사에 신뢰를 보내달라고 강조해왔다. 경찰은 “사고 당일 한 남성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고, 목격자 7명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해 신빙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사실인 것처럼 퍼져 수사에 불필요한 혼선이 발생하거나 수사력이 분산된다”며 곤란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발표되자 손씨 측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회는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고인 추모 공간에서 19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28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반포한강공원 추모 공간에서는 집회 첫날인 19일 고인을 기리는 1000일 추모제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