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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예상을 웃도는 소매판매로 국채금리가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오르면서 조기 피벗(pivot, 금리 인하) 기대가 하향 재조정된 탓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간밤에 미국 증시에서 보여준 하락세가 국내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초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바닥’이 어디일지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7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4.45포인트(0.25%) 떨어진 37,266.6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77포인트(0.56%) 하락한 4,739.2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88.72포인트(0.59%) 밀린 14,855.62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거래일 연속,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소매 판매 지표와 국채금리 상승세 등을 주시했다.
최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소비 마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재조정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6% 늘어난 709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수치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였던 0.4% 증가를 웃돈 것으로 직전월 수치(0.3%↑)보다 상승 폭이 두 배 컸다.
미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강한 소비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준은 이날 경기평가 보고서인 1월 베이지북에서 거의 모든 지역에 고용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활동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소식에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도 올랐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4.12%까지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9.1%를 기록했다.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57.6%, 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1.5%에 그쳤다. 강한 경제 지표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존 루크 타이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 투자자들이 국채금리의 상승과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켓워치에 연준이 3월부터 6~7회가량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이후 “시장은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더 질서정연하게 이뤄지리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증시 주요 종목별로는 애플의 주가가 0.5%가량 하락했다. 회사가 다시 다음날부터 미국에서 특허 분쟁과 연계된 애플워치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테슬라의 주가는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에 2%가량 하락했다.
보잉의 주가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보잉 737맥스9 여객기에 대한 감사 소식에 급락한 이후 이날은 1% 이상 반등했다.
스피릿 항공의 주가는 제트블루의 인수 제안을 연방 법원이 불허하면서 22% 이상 폭락했다.
인스타카트의 주가는 울프 리서치의 애널리스트가 우버의 인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7% 이상 올랐다.
미국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0.88% 하락한 4069.95에 장을 마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0.58% 하락하며 최근 상승에 따른 조정세를 보였고, 브로드컴(-1.01%), 인텔(-2.12%), 퀄컴(-1.28%), 마이크론(-1.57%) 등 주요 종목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AMD 만이 전 거래일 대비 0.90% 오른 160.17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 증시에서 나타난 약세장은 18일 한국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7%(61.69포인트) 내린 2,435.9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6일(-2.71%) 이후 낙폭이 가장 컸던 셈이다. 코스닥 지수도 2.55% 떨어진 833.0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새해 들어서만 8.26% 하락, 지난 2008년(-9.15%) 이후 16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8일 코스피 지수는 약세 출발이 예상된다"면서도 장중 저가매수 유입 기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가 18일에는 반등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와 시장 금리 상승 등 매크로상 부담 요소가 상존하겠지만, 전일 미국 증시 낙폭 축소와 원달러 환율 연속 급등세 진정, 밸류에이션 매력 등으로 최근 급락 주가 분을 되돌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단기간에 코스피가 2500선을 하회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조정장에 진입한 것과 같은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현재의 패닉 셀링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면 조정 원인을 제공하는 ▷연말 랠리의 과도 인식 ▷작년 4분기 어닝쇼크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 ▷연준 정책 불확실성 등 4가지 요인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 연구원은 “패닉 셀링 이후에 자주 출현하는 저가 매수세 유입과 같은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시점부터는 매도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증시 대응 전략 수립에 있어서 후순위에 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