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에서 3위에 머무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2차 경선(뉴햄프셔주)을 앞두고 경쟁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면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에서 51%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지만, 본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여온 뉴햄프셔주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와 사법리스크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미국 CNN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뒤쫒고 있다”면서 “그동안 사람들은 분열과 혼란에 지칠대로 지쳤다. 우리는 4년 동안의 혼란을 더 겪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나이가 77세라는 점을 언급하며 “완고한 노인 정치의 대표”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1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더 이상 80세 이상의 고령 정치인이 워싱턴에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또 “더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문제와 특검 조사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며 사법 리스크에도 비판을 퍼부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득표율 19%로 3위에 그쳤다. 트럼프를 바짝 따라붙는 2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이에 그는 아이오와주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뉴햄프셔주 경선 대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헤일리 전 대사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한 기부자는 FT에 “23일 뉴햄프셔 경선 전까지 무려 12개의 선거운동을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첫 경선을 앞두고 헤일리 전 대사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TV토론에서 격렬한 공방을 벌이는 사이 토론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적 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18일로 예정된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 토론에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불참할 예정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지금까지 5차례 훌륭한 토론이 있었지만 불행히도 트럼프는 모두 피했다”면서 “내가 다음에 할 토론은 트럼프나 조 바이든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여 없이는 추가 토론 불참 방침을 분명히 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23일 뉴햄프셔주 경선에 승부수를 띄운 것에 대해 FT는 “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주의 독립적이고 보다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햄프셔는 아이오와주와 달리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적고 중도적 성향이 강하며 비당원 투표가 가능해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치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국 대통령선거인단의 수를 의미함)’가 뉴햄프셔의 여론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를 보면 16일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 43.5%의 지지율로 1위를 지켰다. 헤일리 전 대사는 30.6%의 지지율을 차지해 다른 지역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격차를 한층 좁힌 2위를 기록했다. 아이오와에서 2위에 올랐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5.4%에 불과했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차가 워낙 커 추격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유라시아그룹의 미국 정치분석가 클레이튼 앨런은 “(헤일리는)합리적이지만 후보 지명까지 극도로 좁은 길을 가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앨런 분석가는 10개 이상의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3월 경선을 언급하며 “뉴햄프셔주에서 완승하고 다음달 24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다면 오는 3월 5일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서 승산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