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ADHD 약 품귀…이유가 성인 환자 때문? [세모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쓰이는 애더럴 XR 알약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미국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품귀현상을 보이며 암시장까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ADHD 성인 환자가 증가하며 치료제인 애더럴(Adderall) 수요가 급증하며 약품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ADHD는 성장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한 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학업 능력이 저하되거나 대인 관계가 악화하며,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인 ADHD 처방이 증가한 이유로는 성인의 ADHD 진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음과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제약사 테바(Teva)에서 2020년 이후 원자재 공급망 교란과 인력 부족으로 애더럴 생산이 줄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인 ADHD 처방은 2016년~2020년 1.4% 증가했지만, 2020년~2021년 7.9% 증가했다. 2021년에만 약 400만명의 성인이 애더럴 처방을 받았다.

ADHD 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미국 약국체인인 CVS 헬스, 라이트 에이드(Rite Aid), 월그린(Walgreen) 및 드러그스토어 등에서 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은 다른 경로를 알아봐야 했다.

30대부터 애더럴을 복용했다는 40대 중반의 변호사 스미스(가명) 씨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엔 온라인 암시장과 은어로 이루어진 검색 경로에 익숙해질 정도로 정상적인 경로로는 약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성인ADHD 처방 수요가 늘면서 미국 내 ADHD를 앓고 있는 청소년들이 약을 제대로 처방받지 못하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내 3~17세 중 10%에 해당하는 600만명 정도가 ADHD를 앓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팬데믹 봉쇄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고립과 불안이 심화되며 ADHD 진단이 매년 20%씩 폭증했다.

그러나 생산이 제한된 의약품 제조업체들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CBS 등 외신은 미 각지에서 자녀가 먹을 애더럴 등을 구하기 위해 부모들이 매일 약국 수십군데에 전화를 돌려가며 약을 타러 가는 경우가 속출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FDA가 ADHD 약 부족 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불법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지만 의약품 제조업체들은 마약단속국(DEA)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된 생산량만을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애더럴 품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DEA 관계자인 앤 밀그램은 “DEA는 각성제가 필요한 환자들만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규제 당국은 작년 가을 기준 미국에서 300건 이상의 약물이 부족하다고 집계했다. ADHD 약물 외에도 암 치료제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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