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발생 4년 후 탄생한 ’130억살 블랙홀’ 관측

현재까지 관측된 블랙홀 중 가장 오래 전에 만들어진 블랙홀이 발견된 은하 ‘GN-z11′의 모습 [NASA]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천문 관측 역사상 가장 오래된 블랙홀을 발견했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량을 갖고 있어 우주 탄생과 진화에 대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올리노 영국 케임브리지대 카블리우주론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의 약 130억년 전 탄생한 초거대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기재했다.

현재 우주와 천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모델에 따르면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다. 중력이 강한 별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하고 이로 인해 빛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이론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블랙홀의 최대 질량은 태양의 약 100배 수준이다.

블랙홀은 별의 폭발 잔해와 주변 물질을 강력한 중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성장하는 만큼 질량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나이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블랙홀의 질량을 분석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기를 계산했다. 계산 결과, 현재 크기로 성장하는 데는 약 10억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블랙홀의 탄생 시기인 130억년 전은 빅뱅이 일어난 후 4년이 지난 시점으로, 현재 이론으로는 블랙홀의 탄생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만들어진 시기부터 예상보다 질량이 컸거나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예상보다 5배 이상 빠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놨다. 실제로 블랙홀이 발견된 은하 ‘GN-z11′은 크기가 우리은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블랙홀이 은하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GN-z11 은하는 다른 은하에 비해 유난히 밝고 질소 함량도 높은데, 이런 특성도 블랙홀과 연관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블랙홀의 탄생 이론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블랙홀의 관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더 많은 블랙홀을 관측하면서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블랙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올리노 교수는 “아주 초기 은하는 가스가 풍부해 블랙홀 성장을 돕는 물질이 많았을 것”이라며 “더 작은 블랙홀의 ‘씨앗’을 찾아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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