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이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자동차 시장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적어도 전기차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의 경쟁력을 글로벌 브랜드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양진수(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은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열린 ‘자동차 시장 2023년 결산 및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양 상무는 “내부적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스터디를 2015년부터 해왔다”며 “중국은 이미 전기차 대중화 단계로 넘어갔고 유럽은 대중화 초입, 미국은 대중화 진입기 직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927만대다. 이 중 중국 비중은 56%에 달했다. 이어 서유럽(22%), 미국(1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1150만대 규모로 2023년 대비 24%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중국을 필두로 세계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가격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단순히 과잉 생산, 재고 비용 증가를 털어내기 위한 가격 인하는 아니라는 게 양 상무의 생각이다.
양 상무는 “테슬라가 작년 초 중국과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기보다는, 전기차 대중화 관점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전기차 도입기 때는 일부 얼리어답터(첨단 제품을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들)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했으나, 대중화기에 진입하면서부터는 경제성이 보다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특히 이 시기에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해야만 향후 대중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양 상무는 주장했다. 그는 “선두 업체들은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나타난 가격 경쟁 국면은 향후 누가 대중화를 주도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의 단초”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출과 해외 생산을 확대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양 상무는 “과거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잉여 물량을 해외로 내보내는 차원의 수출을 단행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신에너지차(NEV)를 중심으로 해외를 개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1~11월 중국 NEV의 해외 수출 규모는 54만4000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4만1000대까지 확대됐다. 중국 업체들의 NEV 해외 공장 설립도 늘고 있다. 창청, BYD, 창안 등은 태국에 NEV 공장을 설립했거나 또는 설립할 예정이다. BYD는 브라질, 헝가리 등에도 NEV 공장 가동을 계획 중이다.
중국과 합작하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샤오펑 지분 4.99%를 7억 달러(약 9400억원)에 인수하고, 전기차 2종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닛산은 동풍의 전기차 플랫폼 S를 활용해 전기차를 만든다. 스텔란티스는 링파오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판매하는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양 상무는 “단순히 중국 시장 대응에서 나아가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협력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태국 등 일부 신흥 시장에는 중국이 판도를 바꾸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전통적으로 ‘토요타의 안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차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2022년 12월 BYD가 태국에 출시한 아토3는 출시 6개월 만에 차급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양 상무는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다면 아세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아세안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4월 태국 법인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를 설립했다. 기아도 조만간 영업과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 등 현지 사업을 총괄하는 태국 판매 자회사를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양 상무는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8412만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지역별로는 ▷미국 1592만대(지난해 대비 +2%) ▷서유럽 1498만대(+2.7%) ▷중국 2209만대(+0.7%) ▷인도 428만대(+3.5%)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정상화로 회복세는 이어지겠지만, 고금리와 경기둔화 영향으로 증가 폭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과 중동 등은 각각 167만대, 236만대로 지난해 대비 2.2%, 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